아이가 열어준 엄마의 인생

비마이매직 대표 이현정




아이를 위한 안심 실리콘 식기의 대명사 비마이매직의 대표이자, 12살 딸 한비를 둔 현정님(@beemymagic)을 만났어요. 인터뷰 내내 이렇게 단단한 가족, 이렇게 합이 잘 맞는 가족이 있을까 싶었어요.


느슨하면서도 탄탄한 한비네 가족의 울타리. 지금 우리에게 참 필요한 모습이었죠. 일에서도 육아에서도 자신만의 ‘색’이 느껴지는 현정님,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가는 현정님의 꿈을 보면서 엄마가 되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더 깊어집니다.

- 비마이매직 만큼이나 블로그가 유명해요. 어떻게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셨어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아이가 낮잠을 잤는데 그 시간이 심심해서 ‘귀여운 엘비스’란 이름으로 육아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그때 한창 이유식을 하던 때라 매일 한비 식단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게 반응이 썩 좋았어요. 그러다 파워 블로거가 됐고, 아이 요리에 관련된 책도 출판하게 됐죠. <한비네집 맛있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육아와 요리 책을 4권 정도 썼어요. 



- 여전히 베스트 셀러로 꼽히는 책들이에요. 그러다가 어떻게 비마이매직가 확장 됐을까요?


한비 낳고 결심한 게 ‘먹는 것만 신경 써서 잘 키우자’였어요. 남편도 동의한 터라, 상대적으로 교육에는 신경을 덜 쓰죠. 먹는 건 바로 아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건데 자기가 선택할 수 없고, 엄마가 주는 대로 먹잖아요. 그래서 양육자의 역할이 중요하죠. 사실 이런 결심이 커진 건 아이가 어렸을 때 본 <푸드 주식회사>라는 다큐멘터리의 영향이 커요. 그걸 보고 식재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서, 될 수 있으면 유기농으로 먹이고, 음식 종류도 아이 음식에 한정 짓지 말고 다양하게 먹이려고 했죠.


그러던 중에 지인에게 아이용 실리콘 식기를 선물 받아서 쓰는데, 조금 공부를 하다 보니 실리콘 등급이 너무 다양한 거예요. 그때 살짝 충격을 받았죠. 식재료 만큼이나 식기에 대해서도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이게 진짜 믿을 수 있는 식기인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뭔가 안전한 실리콘 식기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실리콘에 대해 엄청 열심히 공부했어요. 사실 실리콘처럼 편한 식기가 없는데 이게 안전하기까지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게 2014년 비마이매직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죠. 

- 이전에 주방용품 관련 일을 하셨어요?


아뇨, 사실 전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요. 워낙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한비를 임신하기 전에는 요리 유학도 생각했었어요. 요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주방 용품에 자연히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화려한 요리 솜씨에 반하게 돼요. 아이 요리를 만들 때 노하우 같은 게 있을까요?


한비 이유식을 만들 때부터 전 어른들이 먹어서 맛있는 음식을 떠올려보고 그걸 아이에게 맞게 변형시켰어요. 예전에 요리 선생님에게 요리를 배웠는데 그때 맛있는 레시피들을 모아 둔 책이 있어요. 이게 어른용 요리법이긴 한데, 여기서 응용해 아이에게 맞는 음식으로 하나하나 바꿔보았죠. 물론 재료의 궁합과 조합도 살펴보면서요. 어른이 먹어서 맛있는 재료의 조합은 아이 입에도 당연히 맛있을거라 상상하면서요. 어른이 먹어서 맛있는 재료의 조합으로, 재료를 아주 잘게 다지고 간은 아주 약하게 변형하면 아이도 맛있게 먹고, 엄마도 부담이 없는 요리가 되죠. 

- 책도 그렇고, 비마이매직 제품들도 그렇고 한비가 현정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네, 맞아요. 비마이매직 식기들도 한비의 성장에 맞춰 하나씩 천천히 그때그때 필요한 제품들로 채워지게 되었어요. 비마이매직의 시작은 한비에게 편한 옷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어요. 아이가 다리가 통통해서 일반적인 양말을 신으면 피가 안 통하길래 아이에게 편한 양말을 만들었고, 알러지가 심해 잘 때 몸을 긁는 아이를 위해 편한 올인원을 만들어 입혔어요.비마이매직의 모든 것들은 한비로부터 비롯되었어요. 



- 워낙 신뢰감이 있는 블로거였던 지라 자연스레 제품에 대한 신뢰도 높았어요.


전 제가 직접 사서 써보고 좋은 것이 아님 블로그에 추천하지 않아요. 사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요. 하나의 포스팅을 올리는 데 8시간 정도는 들죠. 제 블로그는 저도 다시 궁금한 게 생김 검색할 정도로 공들여 만들어 놓은 공간이에요. 아마도 다른 분들도 그런 부분에 공감하신 것 같아요 



- 무엇보다 저는 비마이매직의 컬러들이 너무 좋아요. 이런 미적 감각은 어디서 나온 건가요?


원래부터 컬러를 좋아했어요. 미술을 전공한 것도 영향을 미쳤겠죠?무엇이든 컬러로 표현하고 컬러로 풀어나가는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아이들의 밥을 만들어 담는 동안 엄마에게도, 그리고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아이에게도 눈으로 느끼는 컬러 테라피를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싶었거든요. 항상 사용후기를 꼼꼼히 보며 컬러나 디자인에 대해 조금씩 수정해가며 고객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노력하는 편이예요. 

- 한비를 보면 제 아이에게 미안해질 때가 있어요. 너무 못 챙겨 주는 것 같아서요.


사실 저도 요즘 점점 더 바빠지기도 하고 코로나로 인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아이에게 밥을 잘 못 챙겨줄 때도 있어요. 하지만 한비가 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 부지런히 건강한 음식으로 몸을 단단히 채워줬다 생각해서 미안한 마음을 덜 가지려 노력하죠. 



- 일과 육아의 시간은 어떻게 나누세요?


비마이매직을 시작할 때부터 재택근무를 했었어요. 사무실과 물류 창고가 집과 먼 파주에 있어서 주로 저는 재택을 하고, 외부 미팅을 다니는 식이죠. 처음에는 저희 사이트에서 비상시적으로 판매하였어요. 그래서 시간이 조금 더 자유로운 편이였죠. 지금은 조금씩 유통을 늘려 캐리마켓과 마켓컬리에서 상시 판매되다 보니 매일 일을 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고 지금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단계에요. 그래도 저희 가족의 메인은 여행이어서 여행 다니는 시간 외에 일을 하는 형태에요. 물론 코로나 전의 얘기죠. 



- 여행이 삶에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나요?


한비네 초등학교가 생긴 이래로 아마 한비가 가장 결석을 많이 한 아이일 거에요. 유급되지 않을 정도로만 학교에 출석하고 나머지 시간은 거의 다 여행을 다녀요. 한비 네살 때부터 여행은 일년에 네 번 정도는 꾸준히 다녔던 것 같아요. 



-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저희는 지금까지 아이 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전혀 없었어요. 아, 필라테스나 수영 등 운동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 제외하고요. 그 부분을 아껴 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행을 가도 호텔보다는 아파트 형태의 숙소를 정해 음식을 직접 해먹으며 여행 중 지출이 가장 큰 식비를 아끼는 편이죠. 



- 다들 그런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할 용기가 잘 안 나잖아요.


남편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었고, 저도 어렸을 때 엄마가 뭘 많이 시키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그렇게 하지 말자 결심했었죠. 여행을 많이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깐 공부를 많이 하고 잘했던 애들이 꼭 잘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남편의 교육법도 궁금해지네요.


남편은 주로 한비에게 공부가 아니라, ‘습관’을 가르쳐주려고 해요. 1학년 때 서점에 갔을 때 한비가 영어 단어 책을 사달라고 하길래, 남편이 이 책을 사면 매일 매일 정해진 분량을 해야 된다고 했대요. 그때 한비가 하겠다고 해서 둘이 영어 공부를 시작했죠. 일주일 만에 한비가 후회하긴 했지만 5학년이 된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어요. 



- 가족들이 참 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저희는 사실 셋이 있을 때가 제일 편해요. 저도 친한 사람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랑 어울리는 것을 불편해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코로나 전부터 주로 셋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죠. 셋이 그렇게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집에서도 다 각자의 시간을 가져요. 저는 업무를 보고, 한비는 뜨개질을 하고, 남편은 혼자의 시간을 갖고. 그러다 식사할 때가 되면 모이고. 



- 아, 한비가 뜨개질도 너무 잘하던데요.


뜨개질을 잘하는 것보다 지구력이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쓰다 남은 털실이랑 뜨개질 책을 줬더니 그걸 보고 뜨개질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자기가 뜨개질로 니트 카디건을 떠서 입고 다닐 정도로 뜨개질을 좋아해요. 가끔, 뜨개질을 계속하려면 어떤 대학, 어떤 과에 가냐고 물을 정도예요. 

- 아이를 키울 때 맺고 끊음이 확실한 편인가요?


전 부모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은 아이의 의식주를 챙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는 제 자신이 더 중요해요. 한비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지만 제가 아이로 인해 무작정 희생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는 일을 할 때 방해받는 걸 싫어해요. 애도 이제 그걸 알아서, 제가 제 방에서 일할 때 들어오면 단호하게 ‘엄마 일하는 중이잖아’라고 얘기하죠. 꼭 그때 해결해야만 되는 일이 아니면 아이도 제 시간을 존중할 줄 알아야죠. 그 방식에 익숙해져서 서운함 없이 잘 받아 드려요. 자책과 서운함이 없는 관계가 건강한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아닐까요. 



- 저희가 이번에 엄마 MBTI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현정님은 어떤 스타일일지 궁금해지네요.


전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한비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니깐 해줄 수 있는 선에선 해주고, 아이도 할 건 스스로 해야 한다는 주의죠. 또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편이에요. 애가 다치면 그것보다 나빠지지 않게 해결해줘야지 그 상황에서 울거나 화내거나 하진 않아요. 그건 이미 필요없는 과정 같거든요. 사회생활 경험도 없던 제가 이렇게 사업을 하게 된 것 역시 이런 성격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거를 만들지만 샛길로 새지 않고, 한번에 일을 벌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하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 그것 외에 불필요한 건 건들지 않는 것. 육아와 일 모두 적용되는 룰인 것 같아요. 

- 지금 하와이 관련 여행 책도 집필 중이라고 들었어요.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데 지치지 않으세요?


운동을 꾸준히 해서 체력을 키우고 있어요. 한강도 걷고, 지금은 130층씩 계단 걷기를 매일 해요.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코로나 시대다 보니 이것만큼 좋은 운동은 없는 것 같아요. 



- 한비의 성장과 엄마의 성장이 함께 가는 것 같아요. 이제 또 무슨 일을 구상 중이세요?


실리콘 말고 스테인리스 제품 관련된 것도 하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어요. 진짜 하고 싶었던 거거든요. 전 정말 여전히 주방용품이 너무 좋아요. 



- 70대가 되면 어떤 할머니가 되어있을까요?


여전히 여행을 즐기고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