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집에 산다는 것
언커먼하우스 대표 정영은
유난히 집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는 시대.
'과연 나다운 집은 어떤 모습일까. 가족이 모두 행복한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야 될까?'라는 고민을 하던 와중 언커먼하우스의 대표 정영은님(@uncommonhouse)을 만났어요.
아버지와 함께 2대째 가구를 만들고 있는 그녀는 두 아이를 둔 엄마예요. 은행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가구 일을 시작한 건,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의 결과죠. 그녀와의 대화 중에 나다운 집을 만든다는 건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만나는 과정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 어떻게 언커먼하우스를 열게 되었나요?
큰아이 출산 후 복직해 정신없이 1년을 근무하고 둘째 아이를 임신하며 다시 육아 휴직을 들어갔죠. 그즈음 처음으로 우리 명의의 집을 구했는데 내 집이다 보니 그동안 참아 왔던 집에 대한 열정을 다 풀어놨죠. 이런 과정에서 원하는 공간에 사는 즐거움과 집을 가꾸는 일이 얼마나 재밌는지 깨달았어요. 집을 가꾸는 일, 더 나아가서 가구를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하는 일을 진정 좋아한다는 걸 알게된 거죠.
그리곤 40년 가구 인의 길을 걸어온 아버지를 둔 딸로서의 숙명처럼, 가구 일을 대물림하게 된 거 같아요. '더 늦기 전에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며 아이들을 직접 돌볼 수 있는 일을 해보자!' 해서 언커먼하우스를 시작하게 되었죠. 큰 아이가 유독 저랑 떨어지는 걸 힘들어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남편이 제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하라고 언커먼 하우스의 시작을 적극 응원해주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저와 언커먼하우스가 있는 것 같아요.
- 은행에서 10년간 일하다가 가구 디자인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언커먼’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나요??
아이가 있는 엄마가 (그것도 아이가 둘이나!) 안정적인 고연봉 직장을 자발적으로 벗어 던지고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는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는 경우와는 달라요. 게다가 출산 후부터는 실로 남편과 함께 우리 집의 공동 가장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하지만 제가 하는 모든 결정을 응원해주는 남편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다”라고 말씀해주시는 아버지가 계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제 경험상 회사 생활이라는 게 연차가 오래될수록 그만두기가 어려워 지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볼 수 있는 적절한 나이대에 진정 제가 하고 싶은 일이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생각합니다.
- 가구를 디자인할 때의 철학과 원칙이 궁금합니다.
제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과 소재, 비율이 아니면 상품으로 내놓지 않습니다. 특히 저는 비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어 언커먼하우스의 시그니처 가구인 대물림 테이블의 경우 다리 두께의 비율, 상부판과 하부판의 적당한 여백 공간, 다리가 놓이는 위치 모두 여러 번 샘플링 끝에 발견한 비율이에요. 이런 노력을 통해 저희 가구를 받아서 사용하시는 고객분들이 처음에는 ‘와! 정말 이쁘다’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가구 디테일의 요소 요소와 손맛 나는 가구의 감성을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엄마의 입장에서 가구를 만드니 그 과정 역시 남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가구를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쓸 가구들을 제 손으로 직접 탄생 시켜 나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그래서 언커먼하우스의 모든 가구는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정도 저희 가족이 먼저 사용해보고 최종 상품화가 되는데요, 그런 과정 속에서 얻는 기쁨도 매우 커요.
- 엄마의 마음으로 고른 1순위 제품은 무엇일까요?
엄마로서 가장 맘에 드는 걸 골라보자면 대물림 테이블입니다. 2년 전 출시한 이중 구조의 테이블인데요,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과 가족 모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정말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예전에 살던 집에는 따로 서재가 없어서, 거실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서 식사도하고 일도 하곤했어요. 늘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부터 책 등등 물건들이 수북하게 올려져 있었죠. 식사 시간 때마다 그 짐들을 다른 곳에 옮겨 둬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지치더라구요. 그래서 '테이블 내에 자체 수납공간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디자인하게 되었어요. 대물림 테이블에는 상부판과 하부판이 결합하여 생기는 공간을 서랍처럼 이용할 수 있어요.
- 8살, 5살 두 아이를 둔 엄마예요. 일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하나요.
솔직히 요즘은 균형 찾기가 참 힘드네요. 특히 집이 일터인 엄마에게는 더더욱! 작년까지만해도 아이 둘 다 기관에 있는 동안 언커먼하우스 일을 하고 아이들 하원 시간부터는 육아만 했어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게 뒤틀렸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 결심한 건 아이와 같이 있을 땐 일 할 생각을 아예 버리고 아이들에게 집중하기로 했어요. 아이가 있을 때 제가 일할 생각을 하면 아이에게도 스트레스, 제게도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고요. 차라리 아이들이 잠든 후 온전히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해서 몰입감 있게 일하는 쪽을 택했어요.
- 혹시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도 ‘언커먼’한 부분이 있나요?
저는 가급적 위험하지만 않으면 아이들이 해보려고 하는 행동을 간섭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아이들의 교육관에 중심을 잡으려 하는데요, 제 남편 역시 저와 이 부분은 마음이 잘 맞아요. 부모 모두 기업가 정신으로 '언커먼'한 이력들을 펼쳐나가는 걸 보는 것 역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 올 한해 코로나로 인해 일과 생활, 직장과 집의 경계가 모호해졌어요.
올해 다들 정말 힘들었죠. 아이들이 기관에 있는 동안이 엄마들이 일할 시간인데 그 시간들이 사라졌고요. 아무래도 저희 집 자체가 언커먼하우스의 쇼룸과도 같아서 굳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실제 저희 가족이 가구를 사용하는 모습들을 사진 촬영하여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것도 일상인 동시에 일이죠. 창업 4년차인 현재는 직원들도 늘어났고 다들 가족처럼 열심히 해주고 계셔서 그런지 정말 전 직장과 집의 경계가 모호해지긴 한 거 같아요. 늘 꿈꿔 왔던, '집에서 직장생활하는 엄마'가 제대로 돼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아이와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 이 안에서 일하는 엄마가 행복해 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엄마들이 아이들 위주로만 집을 꾸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집은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공간이고 가정에서의 행복 매개체이자 구심점은 엄마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집에서 머무는 시간 동안 집에서의 힐링 스폿이 분명 있어야 한다고 믿죠. 널브러진 집을 보다가도 마음에 쏙 드는 액자라던가 아끼는 오브제들이 놓인 선반 등 나만의 공간이 작게라도 있다면 기분이 달라질 거에요.
- 우리 대부분 아이들이 있는 집, 게다가 변형이 녹록지 않은 한국의 아파트에 살아요. 이런 아파트를 잘 꾸미는 팁이 있을까요?
가구 하는 여자 말이라 식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첫째도 둘째도 가구를 잘 선택해야 해요. 저는 가구를 정해진 공간에 맞춰 고르기 보다 가구 자체에 집중해 고르라 조언해드려요. 예를 들어 지금 사는 집에 초점을 맞춰 고르면 이사를 하거나 인테리어를 바꿨을 때 기존 가구가 바꾸고 싶은 물건 1순위가 될 수 있어요. 정말 예쁜 집은 공사가 말끔하게 된 공터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 사는 생활감이 묻어나는 곳이에요. 그 자연스러움이 곧 인테리어가 돼죠. 가구 뿐아니라 공간에 들일 물건을 구입하실 때 보다 신중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하나 하나 내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모여 인테리어를 완성시켜 주니까요.
- 그렇다면 언커먼에서는 어떤 가구를 추천해 주시겠어요.
대물림 시스템은 저희의 시작을 알린 소중한 제품군이에요. 벽에 설치하는 벽 선반 가구인데요, 집도 쇼룸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죠. 또한 언커먼 하우스가 지향하는 ‘손맛 나는 가구’를 느낄 수 있는 대물림 사이드보드와 언커먼 트롤리도 추천해요. 사이드보드는 고급 수종인 체리목을 사용하여 제작해 아름다운 나무의 결과 색이 그대로 살아있죠. 그리고 손이 참 많이 가지만 포기할 수 없는 손잡이 디테일 역시 매력적이에요. 트롤리는 바퀴가 달려있어 낮에는 거실에서 밤에는 침대 곁에 두고 사용하실 수 있어서 좋아요.
- 최근 샤워기 출시 소식을 SNS를 통해서 봤어요. 언커먼하우스의 샤워기라니, 만들게 된 계기가 뭔가요.
지금 집으로 이사 오기 얼마 전까지 줄곧 9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았어요. 그 중에서도 배관을 교체한 곳도 있었고 아닌 곳도 있었는데, 모두 녹물은 피할 수 없었죠. 그러니 필터 샤워기는 필수였어요. 그러다 필터 샤워기야 말로 매일 우리 공간에 함께하는 제품인데 조금 더 디자인이 예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어요.
- 앞으로도 언커먼하우스에서는 가구 이외의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저희 가구가 100% 국내 제작 가구인 만큼 국내에서 뚝심있게 오래도록 본인만의 것을 만들어오신 분들과 하나하나 협업해보고 싶어요. '싸게 만들어 많이 팔자'가 아니라 국내의 인력으로 '제대로 만들어 소량일지언정 제 값을 받고 팔자'가 변함없이 지켜오는 언커먼하우스의 소신이거든요. 저희와 같은 뜻을 갖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들을 열심히 찾아 다니며 협업포인트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이런 콜라보 형태의 언커먼 아이템들을 모아서 ‘언커먼 팩토리’라는 플랫폼을 오픈할 계획이에요.
- 항상 그렇게 일에 집중하려면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자아실현, 행복 충전 루틴은 무엇일까요?
사고 싶은 책은 가격 상관없이 구매하는 것! 그리고 사소하지만 저의 밤 루틴이 있다면, 주방 정리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깨끗한 주방을 보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 할 수 있죠. 그리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할 것! 내가 행복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 본인도 행복하고 내 주위 가족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당신을 지치지 않게 만드는 인생의 모토 같은 게 있다면 뭘까요?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이지만 ‘가족 간의 믿음과 사랑’ 인 거 같아요. 돌이켜보면 전 부모님이 했던 일을 대물림해서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고, 그 일은 가족간의 믿음이 없으면 절대 시작하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칠라치면 어느샌가 가족들의 온기와 사랑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