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커리어 사춘기, 이렇게 극복해요

커리어 엑셀러레이터 김나이



에디터 | 박소진


과연 엄마의 업무 커리어가 육아라는 파도를 만났을 때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일까요?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라는 직업을 만들어 수천 명의 커리어 고민을 상담해 온 김나이님(@naieekim과 엄마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현대카드부터 JP모건까지 치열한 직장을 거쳐 스스로 길을 만든 과정, 그리고 육아로 인한 커리어 변곡점을 그녀는 어떻게 지나왔는지, 커리어 전문가이자 육아 선배인 나이 님의 이야기. 함께 나눠요.

안녕하세요. 스티커 마미님들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딸아이가 있는 17년 차 엄마이자, 커리어 23년 차 김나이입니다. 겉으론 멘탈이 강해 보이지만 저도 엄마가 처음이라 "이게 맞나?" 싶어 우유부단할 때가 많은데, ‘어쩔 수 없으니까 일단 이렇게 밀고 나가자’라고 생각하는 그런 엄마이고요.


증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현대카드와 JP모건 같은 곳을 거치면서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요. 그러다 2014년쯤에 소위 말하는 '커리어 사춘기'가 심하게 오면서 회사를 그만두었고, 지금은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라는 이름으로 10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직과 개인이 이왕 하는 일을 조금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함께 성장하며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나누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해요. 1:1 상담부터 강연, 책 집필, 기업과 스타트업 자문까지 다양하게 활동 중입니다. 참, 4월에는 제가 직장인에서 1인 기업으로 홀로서기하며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정리한 신간 <누구나 혼자 서는 순간이 온다_북스톤>도 나올 예정이에요.

@naie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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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로 분명 여러 번의 커리어 변곡점들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지나왔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처음 금융권에서 일했을 때 남성중심적인 구조에, ‘오래 쉬면 내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출산 휴가를 딱 3개월만 쓰고 복직했어요.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아이가 일곱 살쯤 되었을 때 커리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요, 어느 날 아이가 "엄마, 난 커서 회사원은 안 될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이유를 물었더니, 제가 매일 집에 와서 입버릇처럼 "내일 회사 출근하기 싫다",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라고 했던 거예요. 그 일이 저에게 큰 충격이자 커리어 변곡점이 되었어요. 나와 아이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아이에게는 ‘일과 회사’가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주고 있었던 거죠.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JP모건을 그만두고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아이의 사춘기를 지나며 또 다른 깨달음이 있었다고요.

맞아요, 보통 사춘기가 오면 아이들이 엄마와 거리를 두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는 오히려 저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어요. 예를 들어 학교 동아리에서 "너는 어린 여자애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좀 해" 같은 말을 들었을 때, 속상해하며 저한테 와서 "엄마도 일하면서 이런 일 겪었어? 그럴 때 엄마는 어떻게 행동하고 이겨냈어?"라고 질문하기도 하고, 또 최근에는 "엄마, AI가 다 해주면 왜 공부해야 해? 인간은 나중에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해?" 같은 질문들도 던지고요. 여성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아이한테 어떻게 대답해 주는 게 좋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심리나 철학,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에 대한 공부도 더 하게 되었죠.


그럼 엄마들의 커리어 사춘기가 단절이 아니라 확장이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걸까요?

그렇죠. 제 경우 아이 일곱 살 때의 대화가 커리어 전환의 계기가 되었던 거고요.  딸아이에게 제 커리어들을 통해서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리어의 철학을 더 단단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naie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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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상담 중, 특히 엄마들의 현실적 고민은 무엇이었고 그 해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회사에서 1인분을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회사나 동료에게 민폐인 것 같은데 그만두고 육아라도 잘해야 할까요?"라는 말을 많이 하시죠. 이런 고민은 너무 마음이 아파요.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기고 잘 해내고 싶어 하는 분들이라서 이런 질문을 하는 거거든요. 이 분들께는 모든 일을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권한 위임'을 제안해요. 스스로 더 크기 위해서는 동료를 키워서 같이 성장하는 전략을 짜야하니까요. 그게 리더십의 시작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이에요. 사실 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워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나를 위한 시간을 규칙적으로 확보해 보는 게 중요해요. 하루든 일주일이든 30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서, 육아나 일 말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엄마들이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어떤 고민부터 해봐야 할까요?

먼저 일에 대한 나의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를 고민해보셨으면 해요. 예전에 게임 회사에서 HR 업무를 하는 아이 셋 엄마가, “아이들도 맡겨 놓고 일하고 있는 만큼 내 일을 잘 해내고 싶어요.”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일에 대한 나의 열정을 확인해 보는 것이 커리어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다음으로는, 만약 돈이나 사회적 인식 같은 제약이 없다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 목표를 위해서 그럼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 보는 거예요. 만약 제가 증권사에 다닐 때 이 질문을 해보았다면, 임원이 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었을 거예요. 그렇다면 저는 사내에서 HR이나 리더십 관리를 더 살펴보며 커리어 자산을 쌓았어야 하죠.


지금 일하는 환경에서 키울 수 있는 '나의 자산'이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비록 남들보다 '속도'는 조금 느려도 ‘방향'만큼은 잃지 않는 단단한 커리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거예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된 엄마들에게  '일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어떤 일, 어떤 회사를 다녀야 할지 고민될 때는 성장, 의미, 재미, 인간관계, 돈, 워라밸이라는 6가지 일의 가치 중에서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딱 2개만 선택해 보길 바라요.  6개가 다 완벽한 회사는 존재하지 않거든요.


내가 이 일을 통해서 의미를 느끼고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돈이 첫째 요소가 아닐 수도 있는데, 우리가 돈이나 워라밸을 고민하게 되는 건 성장이나 의미, 재미가 부족하니까 돈으로 보상받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죠. 그러니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물론 내가 어떤 국면에 있느냐에 따라 그 기준은 바뀔 수 있어요. 예전의 저는 '돈과 성장'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의미와 재미'로 바뀌었죠. 그리고 일하는 엄마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기 때문에 특히 잘하는 거,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중 하나는 반드시 일 선택의 기준에 들어가야 해요. 그래야 아이한테 덜 미안하고, 내가 쓰는 에너지가 아깝지 않거든요. 


엄마의 커리어 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질문’이네요. 

저도 아이가 일곱 살 무렵 퇴사를 고민할 때 바로 답이 나온 게 아니었어요. 너무 막막해서 휴가를 내고 아이와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사실 그건 저를 위한 여행이었죠.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왜 나는 내가 있던 그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했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너는 진짜 어떻게 살고 싶어?", "네가 기여하고 싶은 일은 뭐야?" 같은 질문들을 저 자신에게 던졌죠. 


의식적으로 내가 있던 박스 바깥을 벗어나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라요. 엄마는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시야를 갖게 된다고 믿어요. 내가 부족한 것만 생각하면 끝도 없어요. 애쓴 나를 내가 먼저 칭찬해 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해냈지"라고  칭찬부터 해준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입니다.

일도 육아도 다 잡고 싶은 엄마들에게 냉정하게 조언해 줄 게 있을까요?

월급은 이만큼 받고 싶은데 퇴근은 4시에 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세요. 현실적으로 그런 조직은 찾기가 힘들죠. 만약에 그런 조직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하면, 내가 그 이상 기여할 수 있는 가치는 냉정하게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어요. 그게 아니라면 본인이 만드는 것도 방법인데, 사실 저는 후자 쪽이었던 거고요. 


저는 시간과 공간의 주도권을 갖고 싶어서 '창직'을 선택했지만, 그 대신 인간관계나 고정된 팀 동료는 포기했는데요, 내가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큼 내가 앞으로 일과 삶에서 포기할 것들도 생기는 거죠.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한 번쯤 써보면서 내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을 설정하되, ‘나는 그럼 무엇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답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주도권이라는 건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줄 수 있는 가치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엄마로서 어떤 회사라면 과감히 그만둬야 할까요?

첫째, 이곳에서 일하면 1년 후에 내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은가. 둘째, 객관적으로 봤을 때 회사의 매출이나 비즈니스 지표가 최근 3년간 성장하고 있는가.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 나의 색깔이 사라지는 곳은 나오는 게 좋아요. 상사의 가스라이팅이나 동료와의 갈등 때문에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싶은 느낌이 자꾸 든다면 말이죠.


그런데 가끔 그런 경우에, 내가 여기서도 못하면 다른 곳에 가서도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면서 참고 버티는 경우들이 있으신데요, 나를 잃으면서까지 지켜야 할 커리어는 없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엄마들이 자신의 커리어 자산을 점검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요? 


✔️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서 했던 일은?


✔️나는 크게 힘들이지 않았는데, 남들이 너 잘한다고 칭찬해 준 것은?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물어보는 것은?


창직을 하기 전 강연과 책을 많이 봤어요. 그러다 보니 ‘나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지? 회사만 여태까지 왜 이렇게 열심히 다닌 거지?’ 하면서 후회를 많이 했었거든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남들의 이야기를 너무 듣지 말자. 내가 진짜 그렇게 한 게 없을까?’ 하는 생각에 위의 질문들을 해보기 시작했죠. 이 질문들을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니, 저에게 자산이 많았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자산들이 떠올랐나요?

제가 금융권에서 일할 때 금융 상품과 관련된 책을 썼었거든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도 책을 쓰거나 세미나를 하거나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생방송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저의 상사가 ‘너는 하나도 안 떨고 말을 잘한다’ 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내가 월급을 받으니 열심히 했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좋아서 한 것, 잘하는 일이었구나’ 싶더라고요.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저에게 ‘너는 국내파인데 JP모건은 어떻게 입사했어? ‘연봉 협상은 어떻게 해?,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냈어? 이런 것들을 많이 물었어요. 그런 부분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다 보니, 나의 이런 경험들이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을 발견하게 되었던 거죠. 


여러분도 내 경험의 자산을 절대 우습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라는 정체성이 ‘창직’에 영향을 얼마나 끼쳤나요?

엄마라는 정체성이 결정적이었죠. 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좋은 엄마가 뭘까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저는 살림도 못하고 아이한테 예쁜 도시락도 못 싸주는, 손재주 없는 엄마더라고요. 그렇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거나, 네가 아는 게 항상 답이 아닐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게 되었죠.  


창직의 기본 요소는 무엇일까요?

회사 명함에서 회사 이름, 직급, 부서, 다 빼고 내 이름만 남겼을 때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정의할 수 있나요? 그렇다면 나만의 일을 만들 수 있어요.  그냥 그 고민을 계속해보면 돼요.


본인은 그 정의를 ‘커리어액셀러이터’라고 한 거군요. 

맞아요. 기존 용어로 저를 설명할 수 없어서 커리어 엑셀러레이터라고 이름을 새로 지었을 뿐이에요. 처음엔 이 명칭에 대해 주변에서 낯설어했어요. 하지만 저는 1년이라는 유효기간을 정하고 1년 동안은 정말 미친 듯이 나만의 방식으로 제 일을 준비했어요.


@naie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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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창업이나 프리랜서 업무는 유연한 근무가 장점이지만 오히려 육아와 일이 섞여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본인만의 워라밸 (Work-Life Blend) 방법 같은 게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조직에서 나와 '1인 기업'이 되면 육아와 병행하기 훨씬 수월할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회사 다닐 때보다 일하는 시간 자체는 더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을 뿐 아이를 잘 케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도 저는 시간과 공간의 주도권을 갖고 싶었기 때문에,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매년 한 달씩 외국에서 살다오기는 꼭 했어요. 여유가 있으니 가능한 거 아니냐고들 하는데, 마음먹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겨울방학 시즌이 강연이나 자문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일의 '피크시즌'이거든요. 커리어나 수입 면에서는 엄청난 손해지만 과감히 그 기회들을 포기하고  아이와 낯선 곳에서 오롯이 유대감을 쌓는 시간을 선택한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예요. 내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가 명확해야 되고 포기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돌아보지 않아야 실행 가능한 것 같아요. 그게 저의 워라밸 방식인 것 같고, 모두 각자에게 맞는 워라밸의 방식을 찾으셨으면 합니다.

육아에 집중하다 보면 ‘자기 효능감 결핍’을 느끼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당장 복직이나 취업, 창업 계획이 없더라도 '커리어 근육'을 잃지 않는 데 도움이 될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당장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내가 '일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일하는 사람의 시선'을 잃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어, 카페나 식당을 갔다면 예전에 했던 일과 연결 지어 보는 거죠. 디자이너였다면 메뉴판 디자인은 어떻게 리뉴얼해 볼지, 인테리어는 어떤지를 일할 때의 감각과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요. 마케터였다면 좋아하는 브랜드를 한두 개 정도 정해놓고, 그 회사의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살펴보며 개선점을 생각해 보는 거죠. 이왕이면 기록도 해두시면 그게 내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어요. 이렇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의 '쓸모'를 찾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 자체가 내 안의 효능감을 지탱해 줍니다.


커리어 전문가인 나이님의 육아관이 궁금합니다. 

뭐랄까 좋은 파트너, 좋은 래퍼런스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 경우 처음에는 아이에게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안 듣는 게 목표였어요.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저렇게 살아도 괜찮겠다’ 또는 ‘엄마가 저렇게 하니까 멋지다’고 느끼며 두려움을 갖지 않고 자기 길을 열어가게 하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무엇이든지 이야기 나누고 최대한 많이 경험하도록 해주고 싶어요. 


미래를 알 수 없는 AI 시대가 펼쳐졌어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확실한 건 앞으로는 정답이 없는 세상이라는 것, 엄마들이 알아왔던 세상과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너무나 다를 것이란 거죠. 그래서 항상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되새겨요. 그리고 ‘아이가 모험을 해도 괜찮다’라는 아니 ‘모험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육아는 아이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좋게 말하면 자립심이고 안 좋게 얘기하면 아이가 최대한 엄마를 찾지 않고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게 만드는 거예요. 지금 전 아이 학원을 안 보내요. 인터넷에 이미 정보가 넘치니까요. 물론 아이는 학원 안 가고 혼자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며 투덜거리긴 하는데, 한편으로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더라고요. 시험 땐 챗gpt의 도움으로 공부하기도 해요. 학교에서 받았던 연습 문제나 노트를 입력하고, ‘이것으로 난이도 상부터 하까지 시험문제 5세트 뽑아 줘’ 하는 식이죠.  날로 발전하는 AI 때문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 거 같아요.


엄마의 커리어를 지켜보는 아이의 요즘 반응은 어떤가요?

딸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자주 같이 있으려고 노력했는데,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크더라고요. 아이가 학교 갈 때마다 ‘엄마 오늘은 일이 도대체 몇 시에 끝나’라고 항상 물어봐요. 미안한 마음에 일을 줄여야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요. 아이가 두 가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하나는 ‘엄마는 일한다고 밥도 맛있게 안 해줬으면서 이제 그러면 지나간 시간이 너무 아깝쟈나. 끝까지 해야지 왜 이제 와서 힘들다고 하는 거야’ 였어요. 딸아이는 팩트를 말한 건데 저에게는 그 말이 위로가 됐어요. 


그리고 ‘엄마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어서 만약 일을 하지 않고 자기만 지켜봤으면 너무 힘들었을 거야’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만 키우면 그 에너지가 육아로 다 가서 아이를 괴롭히는 일이 될 수 있으니 다른 일하는 엄마들께도 꼭 말해주라고 하더군요. 일하는 엄마로서 미안함만 가질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일에서의 에너지가 육아로, 육아에서의 경험이 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정말 가능할까요?

육아는 특히 여성이 조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요. 내 배로 나은 자식도 마음대로 안 되는데, 동료나 직원들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사실 당연한 거잖아요. 서로 다른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육아근육이 도움이 되죠. 또 한편으론 아이에게 사소한 회사 생활, 좋은 리더십, 좋은 팔로우십은 무엇인지. 생생한 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게 육아의 순기능 같아요. 


마지막으로, 오늘도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의 메시지가 있다면요?

일하는 엄마는 너무 많은 공을, 그 어떤 공도 떨어뜨리지 않고 돌려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꼭 쥐어야 되는, 나에게 제일 소중한 가치의 공은 무엇이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 완벽하려고 하지 말 것, 내가 못하는 부분을 인정하고 나의 취약성을 남편에게든 가족, 동료에게 공유하기!


이미 다들 너무 애쓰고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할 생각하지 마시고, 가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그냥 ’나는 그래서 어떻게 살고 싶지?’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해보시고요.


남의 이야기보다 나와 내 아이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면서, 우리 모두 파이팅 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순간에도 나를 책임지는 ‘나만의 일’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신간 <누구나 혼자 서는 순간이 온다> 4월 출간 예정
어떤 순간에도 나를 책임지는 ‘나만의 일’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신간 <누구나 혼자 서는 순간이 온다> 4월 출간 예정


💌 엄마의 커리어 전환 원칙 10


1. ‘육아 박스’를 의식적으로 벗어나기

✔️하루 30분이라도 규칙적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세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2. '월급' 말고 ‘커리어 자산'을 챙기기

✔️회사에서  내가 좋아하거나 잘해서 만들어 낸 '자산'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조직 내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다른 직무는?


3. 일의 6가지 가치 중 2가지만 선택하기

✔️성장, 의미, 재미, 인간관계. 돈. 워라밸. 중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2가지는 무엇인가요?


4.  ‘일의 의지’ 먼저 체크하기

✔️ 내가 일을 하려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아는 게 먼저예요.

✔️ '권한 위임'을 실천해요. 일을 잘 맡기는 과정도 성장을 위해서 필요해요.


5. 정말 ‘그만두는 게 나은 회사’ 판단하기

✔️ 1년 후, 내가 이 조직에서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그려지나요?

✔️ 상사의 가스라이팅, 동료와의 갈등으로 '나다운 색깔'이 사라지고 있나요?


6. 나만의 일을 꿈꾼다면? 경험을 커리어 자산으로 치환하기

✔️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물어보는 정보나 잘한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명함에서 내 이름만 남았을 때, 나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나요?


7. 일상에서도 '커리어 근육'을 유지하기

✔️ 카페를 방문하더라도 ‘나라면 이것을 이렇게 했을 텐데’처럼 일하는 시선으로 기록해 봐요.

✔️ 궁금한 분야의 실무자에게 DM이나 인터뷰를 시도해 보고 글로 남겨봐요.


8. ‘내 편’이 되어 줄 동료와 가족 만들기

✔️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해요.

✔️ 회사 안팎에서 나의 고민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지지해 줄 사람이 있나요?


9. 육아 마인드셋 다시 하기 

✔️ 일터에서의 이야기를 아이 눈높이에서 들려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봐요.

✔️ 엄마가 해주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 아이는 자립심과 주도성을 키울 수 있어요.


10. 나에게 인색하지 않기

✔️ 힘들 때는 잠시 멈추고 "이만큼 하는 게 어디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요.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지?“라는 본질적 질문에 답할 여유를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