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디렉터 엄마의 그림같은 육아
아트 디렉터 이유미
스티커가 준비한 산타 프로젝트에 귀여운 일러스트를 담당해준 이유미님(@eyum_eyum)을 소개해요. 그녀가 스티커를 위해, 아니 스티커의 모든 엄마를 위해 그려준 일러스트는 아이는 물론 엄마마저도 행복하게 만들죠. <코스모폴리탄>, <ELLE> 등의 잡지에서 오랫동안 아트 디자이너로 일해 온 유미님은 아이를 낳고부터는 프리랜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어요. 잡지를 펼치면 보이던 스타일리시한 일러스트나 콜라주를 직접 작업했죠.
인스타그램도 비공개인 채 조용 조용하게 작업을 해 오던 유미님이 스티커와 함께하며 드디어, 인스타그램의 빗장을 열었네요. 역시나 그녀를 닮은 차분하고, 아름다운 일상들이 담겨있어요. 거기에 감성 충만한 아티스트의 육아법까지! 이제 유미님을 만나러 가볼게요.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38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아직도 엄마라는 말이 어색한 초보맘이에요. 엄마들을 위한 잡지인 <포포포 매거진> 아트 디렉팅을 하며 여러 책을 디자인하고, 패션 매거진 <ELLE>의 아트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어요.
- 스티커와 함께한 크리스마스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워요. 이 작품에 어떤 마음을 담았나요?
제 그림을 보며 아이가 ‘엄마 왜 수박이 노랑이야?’, ‘문어는 왜 보라색이고 눈은 파란색이야?’ 라고 물어요. 그럼 저는 ‘그림이니까, 내 마음대로 될 수 있지! 진짜 어딘가에는 이런 문어가 있을 수도 있어!’라고 이야기해요. 아이들에게 궁금하고 신기하고 무섭기도 한 바깥세상을 경험해주기 참 힘든 요즘이죠. 아이들이 그림을 통해서라도 다양하게 느끼고 상상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컬러를 다양하게 썼어요. 그림에서도, 아이들 상상 속에서도 뭐든 가능하잖아요.
- 아이를 낳고 일러스트 톤이 바뀌었어요. 아이가 미친 영향이 있나요?
아이 낳기 전엔 주로 검은색 연필과 펜으로만 그렸어요. 원색은 예쁜 줄도 몰랐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낳고 많이 달라졌어요. 빨강, 핑크, 노랑… 화려한 원색들이 좋아요. 아마도 아이가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시각 디자이너로서 작업할 때 컬러를 쓰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운데 그런 틀을 깨는 데도 아이의 힘이 컸어요.
-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는 생활, 어떻게 균형을 맞추고 있나요?
<ELLE>에 다닐 때 임신을 했고 전혀 아쉬움 없는 사직서를 냈어요. 그러곤 서울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왔어요. 일할 생각이 없었다기보단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었죠. 그러다 <ELLE>에서 프리랜서 제안을 받고 신사동 회사에 다시 나가게 되었는데 마치 휴가 가는 것처럼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육아보다 일이 훨씬 쉽다는 사실을요. 경력이 쌓이며 전보다 일은 어렵지 않지만, 육아로 인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없다보니 영감을 받을 만한 경험이 줄어들었어요. 그럴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해요. 처음부터 남편은 저의 단독 외출을 적극 권했어요. 나가서 혼자 영화도 보고 드라이빙도 하고 미술관도 다녀오라고요. 처음엔 그래도 되나 했는데,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와 남편이 그렇게 이뻐 보이더라구요. 지금은 모든 게 올스톱됐지만 몇 년째 꾸준히 하는 요가와 북 클럽 수업도 저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 아이랑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손재주가 좋은 엄마라 그런지 집에서 아이랑 다양한 놀이를 해요. 스티커님들을 위해 공유 좀 부탁드려요.
아이와의 놀이 시간이 아이뿐 아니라 엄마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그런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다이소에서 500원짜리 지점토를 발견했어요. 마침 캔들 홀더가 필요했는데 만들어보자 했죠. 남편은 하트 오너먼트를 만들고 아이는 자꾸만 똥 모양 애벌레를 만들었죠. 뭔가 퀄리티는 없지만 잘 굳히고 페인트로 컬러도 입혀 말려주니 제가 보기에 너무 근사해요. 지점토로 뭐든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번에는 작은 그릇이나 꽃병들도 만들어 보려고요.
요리를 함께 하는 것도 아이와 제가 즐기는 놀이예요. 케일에 올리브오일과 소금 또는 설탕을 뿌려 오븐에 바싹 구워 케일 칩을 만들기도 하고(아이가 설탕 뿌리는 걸 너무 좋아해요!), 병아리콩을 으깨서(살아 있는 촉감 놀이였죠!) 후무스를 만들기도 했어요. 자기가 만들어서 그런지 야채를 안 먹던 아이도 너무 좋아했어요. 아이랑 함께하다 보면 조금 느리지만, 요리와 놀이가 동시에 해결돼서 좋아요.
- 이런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어요?
놀다 보면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고 정하지 않는 다양한 놀이를 하게 돼요. 아이가 아직은 집중력이 길지 않은 시기라 금방 다른 걸 찾기도 하니까요. 아이디어는 주로 매거진 <LUNCH LADY>, <DOT>, <MILK>에서 얻어요. 만들기 뿐 아니라 요리 레서피도 좋아요. 아이의 그림책이나 함께 가는 미술관, SNS 속에서 발견하는 여러 작가, 또 자연에서 놀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죠.
- 코로나 시대에 그래도 당신을 기쁘게 만들었던 것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편은 코로나가 터지기 몇 달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저 역시 프리랜서라 우리 부부는 집이 곧 회사죠. 코로나 탓에 아이는 한 달 넘게 가정 보육을 하고 있죠. 집에서 일과 육아를 하다 보니 참 쉽지는 않지만, 이게 아니었다면 가족이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고 뽀뽀와 얼굴 부비부비도 지겹도록 할 수 있죠. 그리고 남편이랑 낮이든 밤이든 함께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것 역시 기쁨이에요.
- 육아맘으로서 철학, 혹은 마음가짐을 듣고 싶어요.
무조건 사랑이요. 다른 건 장담할 수 없지만 제 사랑만큼은 다 줄 거에요. 아이에게 부모는 우주보다 더 큰 존재라 생각해요. 제가 하는 말, 표정, 행동을 다 아이가 그대로 저에게 다시 보여 줘요. 아이는 따끔한 훈육으로 규칙도 배우지만 저의 이 어마어마한 사랑 역시 많이 보고 느낄 거라 생각해요. 사랑이 많으면 그만이에요. 그다음은 다 쉽다고 생각하니까요.
- 마지막으로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낼 거에요?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아이에게 뭐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마트 가고 싶다더라구요. 그래서 그날 마트만 세 군데 다녀왔었어요. 그러고는 밀가루 반죽으로 오너먼트 만들고 놀았죠. 올해는 아직 모르겠어요. 아마 마트도 못 가겠죠. 아, 아이랑 남편이랑 함께 색칠하려고 사놓은 큰 패브릭 캔버스가 넉 달 넘게 방치되어 있는데 그걸 칠해도 좋겠네요! 스티커와 함께 만든 크리스마스 스티커도 붙여봐야겠어요. 올해의 모든 기억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