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술로 빚어내는
이쁜꽃 양조장 대표 양유미
육퇴를 맞은 엄마의 저녁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 아닐까요? 적당한 음주는 평온한 저녁의 방점이자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한 에너지가 되어주는데요, 최근 ‘육퇴주’로써 아주 재미있는 술을 만났어요. 바로 ‘사랑과 용기’입니다!
이렇게 재기발랄한 술을 빚는 양유미 대표(@yujaya.yujaya)는 창업과 맞물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뉴비 엄마’이기도 해요. 그래서 누구보다 엄마들의 갈망과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죠. 그녀의 술은 육아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맞이하기도 하고, 아이를 통해 더 깊어지기도 했는데요. 이야기로서의 술을 목표로 하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함께 해봐요.
- 짧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만화도 그리고 술도 빚는 이쁜꽃(@official.epkkot)의 대표 양유미입니다.
- 이쁜꽃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을까요?
2017년에 꿀술을 시작으로 탁주, 약주 등을 직접 빚고 브랜딩 및 양조장 운영을 총괄해왔어요. 그러다가 2020년에는 단순히 전통주를 넘어 동시대를 담은 다양한 한국술을 기획 및 생산하고자 '이쁜꽃'을 만들었습니다!
- '황새'에 이어 '사랑과 용기'까지. 참 인상적인 술들인데요. 하나의 술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아요. 하나의 술을 기획되고 맛을 내고, 병에 담고 라벨을 붙이고, 세상에 알리고 … 그 모든 과정이 상상이 안 갑니다. 저흰 이 아름다운 술을 그저 맛보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쁜꽃에서 술을 출시하는 과정은 항상 달라요. 개념이나 이미지에서 출발할 때도 있고, 전하고 싶은 맛에서 시작하기도 합니다. 기획, 양조, 콘텐츠 제작, 디자인, 영업, R&D, 제품 생산, 이 모든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돌려깎으며 나아가죠. 하나의 술이 출시 되기까지는 빠르면 3개월에서 6개월 가량 소요돼요.
- 대표님께 술이란? 술이란 인생에서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술은 문화의 정수이자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자연, 시간, 인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죠, 시간을 뛰어넘어서요. 개인적으로는 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계와 이어지고, 세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목적이 아닌 도구로서, 삶에 엑센트를 더하는 물질 정도였으면 좋겠습니다. 과음은 좋지 않으니까요.
- 이쁜꽃의 술을 한마디로 정의해주신다면요?
이쁜꽃의 술은 마시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술입니다. 양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독특한 재료와 장르로 이목을 끌었지만 삶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고 나니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순간에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퇴근 후 냉장고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술, 소중한 사람에게 서로 부담 없이 마음을 전하며 선물할 수 있는 술, 순간을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술. 술맛을 잘 모르는 사람은 직관적으로 즐겁고, 술맛을 잘 아는 사람은 즐길 면면이 많게끔 설계하고 있습니다.
- 이쁜꽃 양조장, 황새, 사랑과 용기 모두 인상적인 이름들이에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지으시나요? (최근 출시된 사랑과 용기를 마셔보았어요. 사랑과 용기라는 이름을 달고 술을 마시니 더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술과 이름 중 어느 쪽에서 먼저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시나요?)
보편적인 단어를 좋아해요. 너무 흔하게 쓰여서, 이제는 빛을 잃어가는 단어를 다른 각도에서 조망하고자 하는 욕망이 항상 있거든요. 술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은 유기적으로 일어나서, 무엇이 먼저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단어와 어구를 일상 속에서 수집해두는 편입니다. 글자의 모양이나 소리의 구조도 고려하죠.
- 술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시다가 자연스레 주조사가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되었다는 건, 그만큼 술을 브랜드화 하는데 큰 매력을 느끼셨다는 걸까요? 마치 운명처럼요?
그 전에는 일러스트레이터나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술을 만드는 일은 얼떨결에 하게 됐지만, 술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이 모든 과정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술은 이야기가 물성화된 것에 가까워요. 누가 어디에서 왜 만들었고, 몇 년을 숙성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먹고, 어떤 맛을 선호하는지, 각각의 ‘이야기’는 술이라는 액체에 녹아 마시는 사람에게 전해지죠. 저는 이야기에 항상 가슴이 뛰고, 지금도 한 편으로는 이쁜꽃의 술은 콘텐츠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그간 이쁜꽃, 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반대로 가장 기쁜 순간은요?
어찌되었든 사업이라는 형태의 일을 하고 있으니 매 순간 경영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부족함을 느껴요. 자기 자신과 사이 좋게 지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쁠 때는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마셨다는 피드백,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구매하러 와주시는 분들을 볼 때예요. 그럴 때엔 이쁜꽃이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고 있는 ‘보편성’이라는 가치가 잘 전달됐다고 느껴요.
- 주조사, 양조장 대표님, 마케터, 디자이너, 만화가 그리고 엄마까지 무척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신데 이렇게 일과 여가 그리고 생활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밸런스를 지키는 데에 아직은 서툴러요. 건강이 안 좋아지기도 했고요. 한 번 크게 아프고 나니, 우선 순위는 무엇보다 ‘나’라는 것을 깨달아서 나의 몸과 마음을 잘 살펴주려고 노력합니다. 잘 되지 않았을 때에도 좌절하기 보다는, ‘일단은 이만큼이 최선이었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줘요. 스스로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적당히 포기하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인 것 같습니다.
- 귀여운 아기 리사가 뱃속에 있을 동안, 그러니까 임신을 해서 술을 마실 수 없는 경험이 양조 방향이나 목표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까요? 혹은 육아의 경험은 유미님의 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이쁜꽃을 창업한 직후에 임신과 출산과 더불어 COVID19까지 겹쳐 쉽지 않은 시기를 지나왔어요. 체력과 건강에는 무척 자신이 있던 터라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 굉장한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시지 않고도 제품을 개발하고, 업장에서 술을 마시며 영업하지 않아도 술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표를 재설정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아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재구성되었죠.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입맛과 라이프스타일에도 물론 변화가 생겨 개성이 강한 술이나 브랜딩보다는 어느 때나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술을 만들게 됐습니다.
- 최근에는 양조뿐만 아니라, 술 빚기 클래스와 같은 ‘경험 컨텐츠’ 들도 진행 중이신데, 생각하시는 ‘사람들이 술과 관련하여 경험했으면 하는 모습’은 어떤 걸까요?
한국은 오랫동안 회식으로 대표되는 집단 음주 문화를 구축해왔어요. 최근에서야 홈술, 혼술과 같은 키워드가 부상하면서 사적 음주문화가 생겨나고 있죠. 사실 음주란 리소스 소모가 큰 행위잖아요. 돈과 체력, 시간과 감정을 모두 써야하니까요. 그래서 술을 마시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술을 직접 빚어보는 건, 백 병의 술을 마셔보는 것보다 빠르게 술을 이해하고, 나의 취향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입니다. 이쁜꽃에서는 이런 경험을 가이드하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클래스와 콘텐츠, 그리고 커뮤니티 활동을 제공하려고 해요.
- 아이가 자라서, 처음 아이와 술을 함께 마시게 되었을 때 같이 하고픈 술이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아이와 제가 직접 빚은 술이었으면 좋겠네요. 술 빚는 과정은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한 톨의 쌀이 술로 변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면 술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건강하게 자리잡을 수 있다고 믿어요.
- 스티커의 엄마들, 육퇴 후의 엄마들에게 권하고픈 술은요?
‘사랑과 용기’ 입니다! 사랑과 용기를 개발했던 긴 시간 동안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경험했어요. 자연스럽게, 저도 육퇴주에 대한 갈망이 보통이 아니었는데요. ‘이것으로 충분하다’다는 한 잔이 정말 필요했어요. 아직 드러내놓고 말한 적은 없지만, ‘사랑과 용기’는 사실 육퇴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 스티커의 엄마들 역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분들에게 창업 선배로서 한마디를 해주신다면요?
일에 몰두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러지 못해서 힘들었거든요. 정신차려보면 일을 하면서 아이 생각을 하고, 아이와 있으면서 일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매 순간 집중하는 것이 아이와 나,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 유미님은 70대 이후 어떤 모습을 꿈꾸시나요?
손주를 돌봐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어떤 형태로든지 이야기를 계속 만들면서요.
글쓴이 김기령(@ryounggigim)님의 자기소개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구에 찾아온 19개월짜리 외계인의 엄마이자 스티커의 객원에디터 김기령입니다! 아직도 지구가 낯선 아이와 매일같이 사랑했다가, 다투었다가, 토라졌다가, 행복해지고를 반복하며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아기의 기쁨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나'의 기쁨을 지켜주는 것 또한 '나'! 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세상을 탐구하려 고군분투중입니다.
같은 시대에 엄마로 지내고 있는 엄마들을 위해서, 앞선 엄마들 그리고 닮고 싶은 엄마들을 소개하는 데에 미약하게라도 일조하게 되어, 엄마로서 무척 영광입니다. 앞의 한 문장 안에도 엄마라는 단어만 수두룩하듯, 우리 모두 엄마에게서 나와 엄마가 되었으니까요.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이야기를 술로 빚어내는
이쁜꽃 양조장 대표 양유미
육퇴를 맞은 엄마의 저녁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 아닐까요? 적당한 음주는 평온한 저녁의 방점이자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한 에너지가 되어주는데요, 최근 ‘육퇴주’로써 아주 재미있는 술을 만났어요. 바로 ‘사랑과 용기’입니다!
이렇게 재기발랄한 술을 빚는 양유미 대표(@yujaya.yujaya)는 창업과 맞물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뉴비 엄마’이기도 해요. 그래서 누구보다 엄마들의 갈망과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죠. 그녀의 술은 육아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맞이하기도 하고, 아이를 통해 더 깊어지기도 했는데요. 이야기로서의 술을 목표로 하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함께 해봐요.
- 짧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만화도 그리고 술도 빚는 이쁜꽃(@official.epkkot)의 대표 양유미입니다.
- 이쁜꽃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을까요?
2017년에 꿀술을 시작으로 탁주, 약주 등을 직접 빚고 브랜딩 및 양조장 운영을 총괄해왔어요. 그러다가 2020년에는 단순히 전통주를 넘어 동시대를 담은 다양한 한국술을 기획 및 생산하고자 '이쁜꽃'을 만들었습니다!
- '황새'에 이어 '사랑과 용기'까지. 참 인상적인 술들인데요. 하나의 술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아요. 하나의 술을 기획되고 맛을 내고, 병에 담고 라벨을 붙이고, 세상에 알리고 … 그 모든 과정이 상상이 안 갑니다. 저흰 이 아름다운 술을 그저 맛보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쁜꽃에서 술을 출시하는 과정은 항상 달라요. 개념이나 이미지에서 출발할 때도 있고, 전하고 싶은 맛에서 시작하기도 합니다. 기획, 양조, 콘텐츠 제작, 디자인, 영업, R&D, 제품 생산, 이 모든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돌려깎으며 나아가죠. 하나의 술이 출시 되기까지는 빠르면 3개월에서 6개월 가량 소요돼요.
- 대표님께 술이란? 술이란 인생에서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술은 문화의 정수이자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자연, 시간, 인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죠, 시간을 뛰어넘어서요. 개인적으로는 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계와 이어지고, 세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목적이 아닌 도구로서, 삶에 엑센트를 더하는 물질 정도였으면 좋겠습니다. 과음은 좋지 않으니까요.
- 이쁜꽃의 술을 한마디로 정의해주신다면요?
이쁜꽃의 술은 마시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술입니다. 양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독특한 재료와 장르로 이목을 끌었지만 삶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고 나니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순간에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퇴근 후 냉장고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술, 소중한 사람에게 서로 부담 없이 마음을 전하며 선물할 수 있는 술, 순간을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술. 술맛을 잘 모르는 사람은 직관적으로 즐겁고, 술맛을 잘 아는 사람은 즐길 면면이 많게끔 설계하고 있습니다.
- 이쁜꽃 양조장, 황새, 사랑과 용기 모두 인상적인 이름들이에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지으시나요? (최근 출시된 사랑과 용기를 마셔보았어요. 사랑과 용기라는 이름을 달고 술을 마시니 더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술과 이름 중 어느 쪽에서 먼저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시나요?)
보편적인 단어를 좋아해요. 너무 흔하게 쓰여서, 이제는 빛을 잃어가는 단어를 다른 각도에서 조망하고자 하는 욕망이 항상 있거든요. 술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은 유기적으로 일어나서, 무엇이 먼저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단어와 어구를 일상 속에서 수집해두는 편입니다. 글자의 모양이나 소리의 구조도 고려하죠.
- 술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시다가 자연스레 주조사가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되었다는 건, 그만큼 술을 브랜드화 하는데 큰 매력을 느끼셨다는 걸까요? 마치 운명처럼요?
그 전에는 일러스트레이터나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술을 만드는 일은 얼떨결에 하게 됐지만, 술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이 모든 과정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술은 이야기가 물성화된 것에 가까워요. 누가 어디에서 왜 만들었고, 몇 년을 숙성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먹고, 어떤 맛을 선호하는지, 각각의 ‘이야기’는 술이라는 액체에 녹아 마시는 사람에게 전해지죠. 저는 이야기에 항상 가슴이 뛰고, 지금도 한 편으로는 이쁜꽃의 술은 콘텐츠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그간 이쁜꽃, 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반대로 가장 기쁜 순간은요?
어찌되었든 사업이라는 형태의 일을 하고 있으니 매 순간 경영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부족함을 느껴요. 자기 자신과 사이 좋게 지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쁠 때는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마셨다는 피드백,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구매하러 와주시는 분들을 볼 때예요. 그럴 때엔 이쁜꽃이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고 있는 ‘보편성’이라는 가치가 잘 전달됐다고 느껴요.
- 주조사, 양조장 대표님, 마케터, 디자이너, 만화가 그리고 엄마까지 무척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신데 이렇게 일과 여가 그리고 생활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밸런스를 지키는 데에 아직은 서툴러요. 건강이 안 좋아지기도 했고요. 한 번 크게 아프고 나니, 우선 순위는 무엇보다 ‘나’라는 것을 깨달아서 나의 몸과 마음을 잘 살펴주려고 노력합니다. 잘 되지 않았을 때에도 좌절하기 보다는, ‘일단은 이만큼이 최선이었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줘요. 스스로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적당히 포기하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인 것 같습니다.
- 귀여운 아기 리사가 뱃속에 있을 동안, 그러니까 임신을 해서 술을 마실 수 없는 경험이 양조 방향이나 목표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까요? 혹은 육아의 경험은 유미님의 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이쁜꽃을 창업한 직후에 임신과 출산과 더불어 COVID19까지 겹쳐 쉽지 않은 시기를 지나왔어요. 체력과 건강에는 무척 자신이 있던 터라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 굉장한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시지 않고도 제품을 개발하고, 업장에서 술을 마시며 영업하지 않아도 술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표를 재설정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아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재구성되었죠.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입맛과 라이프스타일에도 물론 변화가 생겨 개성이 강한 술이나 브랜딩보다는 어느 때나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술을 만들게 됐습니다.
- 최근에는 양조뿐만 아니라, 술 빚기 클래스와 같은 ‘경험 컨텐츠’ 들도 진행 중이신데, 생각하시는 ‘사람들이 술과 관련하여 경험했으면 하는 모습’은 어떤 걸까요?
한국은 오랫동안 회식으로 대표되는 집단 음주 문화를 구축해왔어요. 최근에서야 홈술, 혼술과 같은 키워드가 부상하면서 사적 음주문화가 생겨나고 있죠. 사실 음주란 리소스 소모가 큰 행위잖아요. 돈과 체력, 시간과 감정을 모두 써야하니까요.
그래서 술을 마시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술을 직접 빚어보는 건, 백 병의 술을 마셔보는 것보다 빠르게 술을 이해하고, 나의 취향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입니다. 이쁜꽃에서는 이런 경험을 가이드하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클래스와 콘텐츠, 그리고 커뮤니티 활동을 제공하려고 해요.
- 아이가 자라서, 처음 아이와 술을 함께 마시게 되었을 때 같이 하고픈 술이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아이와 제가 직접 빚은 술이었으면 좋겠네요. 술 빚는 과정은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한 톨의 쌀이 술로 변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면 술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건강하게 자리잡을 수 있다고 믿어요.
- 스티커의 엄마들, 육퇴 후의 엄마들에게 권하고픈 술은요?
‘사랑과 용기’ 입니다! 사랑과 용기를 개발했던 긴 시간 동안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경험했어요. 자연스럽게, 저도 육퇴주에 대한 갈망이 보통이 아니었는데요. ‘이것으로 충분하다’다는 한 잔이 정말 필요했어요. 아직 드러내놓고 말한 적은 없지만, ‘사랑과 용기’는 사실 육퇴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 스티커의 엄마들 역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분들에게 창업 선배로서 한마디를 해주신다면요?
일에 몰두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러지 못해서 힘들었거든요. 정신차려보면 일을 하면서 아이 생각을 하고, 아이와 있으면서 일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매 순간 집중하는 것이 아이와 나,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 유미님은 70대 이후 어떤 모습을 꿈꾸시나요?
손주를 돌봐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어떤 형태로든지 이야기를 계속 만들면서요.
글쓴이 김기령(@ryounggigim)님의 자기소개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구에 찾아온 19개월짜리 외계인의 엄마이자 스티커의 객원에디터 김기령입니다! 아직도 지구가 낯선 아이와 매일같이 사랑했다가, 다투었다가, 토라졌다가, 행복해지고를 반복하며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아기의 기쁨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나'의 기쁨을 지켜주는 것 또한 '나'! 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세상을 탐구하려 고군분투중입니다.
같은 시대에 엄마로 지내고 있는 엄마들을 위해서, 앞선 엄마들 그리고 닮고 싶은 엄마들을 소개하는 데에 미약하게라도 일조하게 되어, 엄마로서 무척 영광입니다. 앞의 한 문장 안에도 엄마라는 단어만 수두룩하듯, 우리 모두 엄마에게서 나와 엄마가 되었으니까요. 존경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