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쉽고 멋지게!

코니바이에린 대표 임이랑





'코니아기띠써보셨어요? 맞아요. 신축성 있는 패브릭 소재가 몸에 착 감겨서 엄마와 아이가 한 몸처럼 부드럽게 밀착되는 초경량 아기띠요. 


이 제품 K-POP처럼 세계적으로 인기가 엄청나요. 일본, 미국, 호주 등 전 세계 110여 개국에 판매되고 누적 판매량이 110만 개래요. 이 놀라운 숫자를 일궈낸 이는 8세, 4세 두 아들의 엄마인 임이랑 대표예요. 그녀는 2017년 이 아기띠를 만들었어요. 티몬 마케터였던 그녀는 첫아이 육아를 하며 목 디스크에 시달렸고요, 이 ‘불편함과 괴로움’이 ‘엄마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는’ 아기띠를 만들게 된 동력이 되었다네요.

원단, 제조, 디자인과는 아무 상관 없던 그녀는 그래도 해냅니다. 왜? 힘드니까! 불편하니까! 지금으로부터 7년 전 프로불편러 임이랑 대표가 만든 이 브랜드는 쑥쑥 자라 전 세계 엄마의 박수를 받고, 지금은 아기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육아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일관된 목표는 단 하나 '육아를 쉽고 멋지게!' 


그 거룩한 목표를 실현 중인 임이랑 대표를 만났습니다. 궁금한 게 많았어요. 전 세계 히트작을 내놓은 사업가라는 기사는 워낙 많이 봐왔지만 엄마 구성원을 우대하고 창업 초기부터 일과 육아를 위해 전원 재택근무(코로나 훨씬 이전부터요!)를 도입한 과감한 플래너라는 점은 심장이 '쿵'할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졌거든요. 또 모든 엄마의 고민인, 일과 육아의 병행이란 화두를 그녀는 어찌 풀어낸 걸까,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답니다. 


(*이하 ‘코니바이에린’은 ‘코니’로 줄여서 표기할게요)

- 코니는 재택근무하는 엄마 근로자들이 많기로 유명하잖아요. 엄마를 우대하시는 건가요?


네. 임신 출산 육아 경험 있으시면 우대 대상이에요. 창업 초기엔 대부분 구성원이 엄마였는데, 지금은 55% 정도죠. 코니는 초창기 시절 경력 보유 여성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유명했어요. 재택을 하니 지역과 시간 제약이 덜해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구성원이 15명 이상이 되니까 직장을 일부러 그만두고 오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 그만큼 코니가 일하기 좋은 브랜드라는 뜻 아닐까요? 지금은 구성원이 45명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맞아요. 코니의 구성원들은 전반적으로 혼자서도 퍼포먼스를 잘 내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 조직에서 일 잘하기로 유명한데 조직의 전형적인 룰에서는 벗어나고 싶어 하는 분들? 왜냐하면 저희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고립돼 일하니까 퍼포먼스로만 증명이 되잖아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퍼포먼스가 좋으면 온라인상에서 너무 돋보여요.



- 온라인이라서 더 잘 돋보이는 걸까요?


맞아요. 온라인 공간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돋보여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물으세요. "코니는 재택 근무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성장해요?" 너무 신기한 게 모니터엔 다 보이거든요. 누가 일하는지, 안 하는지. 소비자 궁금증에 댓글 하나를 달아도 '이 사람은 고민을 많이 하는구나, 이거는 적어도 한 20분은 썼겠다.'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사려 깊음도 더 잘 보여요. 예를 들어 질문도 하기 전에 이미 궁금해할 법한 용어에 괄호를 치고 설명을 딱 적어두는 사람처럼요.

- 대표님은 학창 시절부터 조직생활은 별로, 유리 천장 뚫고 올라가는 길은 나랑은 안 맞는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아니요. 오히려 너무 당연하게 그게 저의 미래라고 생각했어요. 대학교 때 제 주변에 창업하는 사람들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재미있는 일을 찾았고 그게 '티몬'이란 조직이었어요. 거기서 남편을 만났죠. 남편은 뼛속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나도 언젠가는 할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되더라고요.



- 그래서 주변에 누가 있느냐가 참 중요한 거 같아요.


맞아요. 참! 제가 결혼을 하고 농구 동아리를 했었어요. 2014년에요. 근데 거기 갔더니 진짜로 자기만의 길을 가는 여성들이 되게 많은 거예요. 스타트업이나 비영리조직처럼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역량을 발휘하기도 하고요. 거기에서 에너지를 정말 많이 받았죠. 그래서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이거 시작할 때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하게 됐어?"하면서 그 친구들을 인터뷰하고 다닌 적도 있어요. 



- 그래서 뭘 얻었나요?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내 삶을 산다는 건 대단한 결정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냥 물 흐르듯이 선택을 하면 된다. a에서 b로 가는 게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엄청난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들은 그냥 이렇게 쉽게 쉽게 선택을 해왔구나.' 깨달았죠. 그렇게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사이에 임신을 하게 됐어요.



임이랑 대표는 출산과 함께 퇴사를 하고 엄마로서의 육아 과정 속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합니다. 그게 초경량 아기띠죠. 목 디스크에 시달리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아기띠는 가볍고 몸에 무리를 주지 않아야 했어요. 원단을 개발해 만든 초소형, 초경량 패브릭 소재 아기띠는 신생아부터 영유아까지 사용 가능하게 만들었고. 특히 일반 실에 비해 강도가 1.5배 강한 프리미엄 코아사를 슬링업계 최초로 사용했어요. 첫해부터 3억 매출을 올리더니, 그 다음 해엔 매출이 8배 증가했고, 그야말로 파워워킹!!



- 코니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그건 부모로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내가 경험한 것만이 진짜 내 거다.'라고 생각해요. 군장같은 아기띠를 착용하고 거울을 봤을 때 느끼는 자괴감. 그런 느낌과 감정을 기억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부모로서 제가 느꼈던 불편함을 제품에 까다롭게 녹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코니 제품에 자부심이 크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네. 자부심이 커요. 원단부터 생산을 하니까요.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요.




- 아기띠가 성공한 것도 재료의 힘인가요? 


그렇기도 하고. 또 하나 성공의 이유는 아기띠를 패션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기띠는 그냥 ‘기어’예요. 그런데 코니는 컬러가 23가지나 돼요. 다시 말하면 아기띠를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해석한 거죠. 코니의 전 제품엔 이런 패션적인 배려가 있어요.


- 코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조직 운영 방식인 것 같아요. 팀원들이 무척 끈끈하다고 알고 있거든요. 



제가 사람을 채용할 때 굉장히 신중해요. 핏이 맞는 사람만 뽑아요. 에너지 레벨이 비슷하고 능동적 성취도가 있는 사람이요. 능력은 기본적으로 돼야 하고요. 일을 오래 하려면 일하고 있는 회사와 직무를 좋아해야 되고, 같이 일하는 동료 역시 좋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또 저는 구성원들의 오너십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회사를 내 것처럼 여기는 마음이 결국은 태도가 되거든요. 코니에는 이런 생각으로 회사를 키워나가는 구성원들이 많아요.


- 회사를 좋아하는 구성원이란 브랜드의 의지를 믿는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저희는 똑똑하게 잘 만든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부모의 시간을 아껴주는 일이고, 부모로서의 삶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일은 옳고 멋진 일이라고 믿죠. 그 꿈을 추구해가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건 너무 즐거워요. 이 과정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하니까요!


- 아기띠로 시작한 코니가 2021년부터는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부모의 삶이라는 스펙트럼 안에서 필요한 용품들은 너무 많잖아요. 그런데 그걸 계속 사는 건 엄청 스트레스예요. 쇼핑도 내가 좋아서 해야 취미이지. 사야만 하는 걸 사는 건 '일'이거든요. 그 '일'의 선택을 줄여줄 수 있는 코니가 되려고요. 결국 전 부모의 삶을 쉽고 멋지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 상품의 스펙트럼을 얼마나 넓힐 예정인가요?



만들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 하지만 저희의 속도대로 가려고요. 엄마로서의 까다로운 스펙을 모두 담아서 만들고 있으니까요. 수영복 한 장에도 백만가지 고민의 흔적이 있어요. 예를 들면 아이들이 물에 젖은 상태에서 벗기고 입히는 것을 얼마나 쉽고 빨리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요. 아이들이 물 안에서는 감기에 안 걸리잖아요. 화장실에서 수영복 벗고 일을 보다가 걸리죠. 제가 완전 깐깐한 엄마 소비자거든요.  


- 코니를 어떤 브랜드로 키울 생각이세요?


적어도 저희가 의도하는 방향은 항상 같을 거예요.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육아하는 부모들의 선택 시간을 줄여준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늘 제때 좋은 결정을 하면서 나아가다 보면 멋진 회사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참, 요즘엔 코니의 오프라인 공간을 꿈꾸기도 해요. 


- 어떤 공간이요? 


코니 식구들이 아이를 데리고 오기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구성원들이 가끔 모일 수도 있고, 오고 싶은 오프라인 거점. 동료들을 볼 수 있고, 맛있는 음식과 커피가 있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마당도 좀 있었으면 좋겠고요.



- 그렇게 깐깐하게 브랜딩을 하려면 멘탈과 체력 관리가 어렵지 않나요?



작년까지는 힘들었어요. 올해부터는 되게 괜찮아졌고요. 작년 하반기에는 대표라는 자리가 부담스러웠어요.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성장해야만 하는 존재 같잖아요. 코니는 투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제 속도대로 가도 됐었는데 말이에요. 코니가 이제 6년 차가 됐어요. 회사로 치면 대리급이죠. "대표가 대리급 대표니까 미숙함도 이해 해주세요." 하면 그만인걸 몰랐죠. 사실 이 부분은 멘탈 코칭을 받으며 많이 정리됐어요.


- 멘탈 코칭이요?


너무 힘들어서 코치를 찾아가서 상담받고 그랬어요. 어느날 코치가 묻더라고요. "혹시 회사에서 중요한 키맨이 너무 힘들어서 회사를 관두고 싶다고 하면 뭐라 그럴 거예요?" 전 "한 달 쉬어. 너 없어도 회사 돌아가." 할 것 같다고 대답했죠. 코치가 저에게 당신도 그렇게 하래요. 그런데 저 대표잖아요. 아니 엄마 같은 존재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했는데. 코치가 '대표도 그냥 역할'이라고, 대표가 지치면 안 되니 당신도 당신에게 휴가를 주라고 권하더라고요.




- 그래서요? 


작년 6월에 20일 간의 휴가를 계획했어요. 그런데 2월부터 6월까지 너무 행복한 거예요. 제가 휴가 간 동안 모니터를 한 번도 안 봤어요. 창업한 이후 처음이었어요! 노트북을 안 가지고 갔어요. 필리핀에 5박 6일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제주도로 갔죠. 제주도에서 하늘을 보고 있다가 제가 남편에게그랬어요.



 “내 인생을 아주 길게 보면

지금 나의 힘듦은
너무 먼지 같지 않을까?” 


- 그렇죠. 지금 현재는 너무 티끌이죠.


내가 너무 힘들어했네, 쓸데없이. 그때 깨달은 것 같아요. 돌아와서 그냥 묵묵하게 제 할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스스로 깨달았어요. 나는 여행이 앞에 있어야 살 만한 사람이구나!



- 여행으로 에너지 충전의 길을 찾으셨군요! 


지금 제 캘린더를 보면 10월까지 여행이 계속 계획돼 있어요. 어느 주말은 춘천, 어느 공휴일엔 제주 이런 식으로요. 남편한테 그랬죠. "나 지금 너무 신나. 나 지금 곳간이 두둑해." 요즘은 진짜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말해요. "제발 여행 가요, 제발 좀 쉬다 오세요. 휴가는 길게 붙여서 쓰는 거예요. 쭉 붙여서 쉬세요. 당신이 지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요. 당신이 제일 소중하니까."



- 대표님이 이런 신년 다짐을 하셨더라고요. '엄마이기 전에 나답게, 대표이기 전에 나답게.' 엄마이면서 브랜드 대표인 사람에게 '나다운 것' 은 무엇일까요?



우선, 나만의 자유 시간을 온전히 내가 원하는 데 쓴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자유시간에는 집이 너저분해도 안 치워요. 지금부터 내 시간이니까. 그땐 남편과도 서로 터치 안 해요.


-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엄마' 인 것 같아요?


너무 애쓰지 않는 엄마요. 저는 아이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고 싶어요.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요. 싫은데 아이를 위해 억지로 하지 않으려고요. 그리고 일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죠. 그냥 나를 추구하고자 하는 엄마로서의 제 모습이 좋아요. 그래서 제가 아들한테도 얘기해요. "엄마는 일하는 게 좋아.", "지용아 오늘은 친구 생일 파티에 엄마가 데려갈 수 있어.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야." 


이건 저의 꿈인데요.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엄마의 이름을 검색해서 이렇게 저를 취재했던 글을 보겠죠? 그때 우리 아이들에게 인정받고, 제 생각들이 아이들의 흔들리지 않는 근원이 되게 하고 싶어요.


- 참, 대표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7시 반에 일어나요. 아침을 간단히 차려먹고 나면 첫째를 남편이 데려다주죠. 그 사이에 전 둘째와 놀아요. 둘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오면 9시 15분쯤 돼요. 그럼 그때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를 쭉 해요. 그리곤 저녁 먹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9시까지는 육아죠. 그 이후에는 일을 하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자요. 필라테스는 일주일에 2번 정도 점심시간에 하고, 일주일에 1-2번 정도는 동네 뒷산 산책도 해요.



- 살림은요? 인스타그램에 살림을 못 한다고 언제 한번 쓰신 걸 봤거든요.


저 요리랑 살림 좋아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까지 할 수가 없어요. 제 예전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다 음식 사진이에요. 하지만 지금 그렇게 요리까지 하면 제가 죽을 수도 있거든요. 하하.


- 스티커의 라스트 공식 질문입니다.  대표님은 70대에 어떤 할머니가 되어 있을까요?


남편이랑 많이 놀고 싶고요. 매일 운동하고 싶어요. 운동을 많이 못 하는 게 제 결핍이에요. 그리고! 제 경험을 많이 나누고 싶어요.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제 경험이 도움이 될 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