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을 열어준 ‘수영’

레디투킥 대표 양수현





‘레디투킥’이란 브랜드를 아세요? (브랜드명을 중얼대는 순간, 당장이라도 발차기로 벽을 밀고 나가야 할 것 같은) 이 브랜드는 23개월 된 송이엄마 양수현님이 대장인 수영을 주제로 한 브랜드에요. 꽃이 만개한 수영모부터 물 위의 산타를 연상케 하는 수영모까지, 킥킥 위트가 넘치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그뿐인가요, 얼마 전엔 ‘레디투킥 스위밍클럽’을 만들어 수영의 재미를 몸소 보여주기도 했죠. 이쯤 되면 기능이 좋은 스포츠 용품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 물속에서의 ‘평생 놀이’를 다 같이 즐기자고 외치는 재기 발랄한 동네 친구가 되려는 것 같죠? 딸의 태명으로 회사 이름을 짓고, 딸의 생일에 사업자를 냈다는 양대표님! 아이도 낳고 키우는데 브랜드는 못 낳겠냐, 싶었다는 그녀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세요. 

-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레디투킥의 대표이자 디렉터 양수현입니다. 수영의 재미를 알리는 브랜드 ‘레디투킥’을 운영하고 있고, 태어난 지 23개월이 된 송이 엄마이기도 합니다. 



- 어떻게 레디투킥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엄마가 된 것과 직업의 자발적 전환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이전에는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에서 고슴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브랜드 총괄 디자이너로 일을 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퇴사와 함께 ‘레디투킥’을 런칭했어요. 나의 브랜드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되었어요. 다만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야 오래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길었죠. 출산을 하고 1년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를 돌보며 폭풍 성장을 보며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 나는 정체되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지나고 보니 산후우울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지 불안이 커졌고 커리어에 대해 고민이 깊어졌어요.


남편과 엄마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하루 육아에서 손을 떼고 나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업실을 구하고 #양수현로그인 이라는 해시태그도 만들고요. 매주 작업실에 나가 메모장을 펼치고 적고 또 적었어요. 지난 커리어를 회고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나열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그 질문에 답으로 ‘수영’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의 나이를 확인하니 적어도 10살이 넘었더라고요. 나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수영이라면 나이 들어서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아이도 낳고 키워보니, 브랜드 못 낳고 못 키우겠나 하는 용기가 생기기도 했고요. 딸아이의 태명을 회사명으로 정하고, 아이 첫 생일에 사업자를 냈습니다. 사업자등록증을 볼 때마다 기분 좋은 책임감이 느껴져요.

-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 결심했을 때, 뭘 기준으로 삼았나요? 


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고 아이템을 선정할 때 고려했던 저만의 기준이 있었어요. 내가 좋아하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인가. 언어 장벽이 없는가(=미래 지향적이며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가). 세상에 꼭 필요한 아이템인가. ‘수영’은 이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했죠.



- 레디투킥은 다른 수영 용품 브랜드와 달라요. 차별화되는 점을 설명해주세요. 수영의 즐거움을 왜 그렇게 알리고 싶은 거예요? 레디투킥은 정체가 뭘까요? 


우와! 달라 보이나요? 그렇다면 성공이네요. 저는 4살 때 처음 수영을 배웠어요. 경력으로 치면 30년이 넘었죠. 그렇다고 선수처럼 기록이 빠르고 잘하지는 않아요. 대신 물은 제게 편안하고, 즐거운 곳이에요. 그래서 브랜드 이름에도 웃음소리와 비슷하고, 발로 차는 동작인 “킥”을 넣고 싶었고요. 저는 물속에서 자주 웃거든요. 수영장에 가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돌고래처럼 물속에서 수영을 하세요. 물속을 날아다니는 것 같죠. 그분들은 결석도 안 하세요. 첫 시즌에 화보 촬영 때 할머니 모델을 모신 것도 그 이유입니다. 화보 속 정자 할머니도 수영을 오랫동안 즐기셨던 분이시고요. 


전 더 많은 사람들이 수영의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로 새해에는 수영이 낯선 분들을 모시고 “레디투킥 스위밍 클럽” 프로그램도 만들어 봤어요. 제도식 수영 수업이 아니라, 해파리처럼 물에 떠보고, 물속에서 계주 달리기도 해보면서 다양한 물의 감각을 경험해 봤어요. 프로그램을 만들고 참여하신 분들이 물속에서 재밌어하시는 걸 보니 몸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이번 여름에는 스티커 독자분들도 수영의 재미를 느끼시면 좋겠어요.

- 일과 육아의 병행은 때론 형벌(😂)인가 싶기도 한데요. 스스로 찾아낸 밸런스 잡기의 기술이랄까, 생활 철학이 있을까요? 


송이가 태어나고 1년은 제가, 그 이후에는 남편이 이어서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둘이 벌고 둘이 쓰다가 한 명이 벌고, 세명이 쓰니 통장에 잔고가 훅훅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어요. 당분간은 어쩔 수 없지만 “버티자!” 모드로 외주로 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외주를 찾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너무 힘든 날은 청소 서비스를 이용하고, 외식도 자주 해요. 대신 그렇게 생긴 여유시간에는 미래를 위한 일을 해요.


곧 남편도 휴직이 끝나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시간을 잘 쓸지에 대해서요. 남편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현실적인 부분은 받아들이고, 대안을 찾고 있어요. 아이가 평소보다 길게 어린이집에 머물게 될 텐데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대신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은 최대한 휴대폰도 보지 않고 아이와 찐하게 놀아요. 그리고 저희 부부는 공동 육아보다는 바톤터치 육아를 자주 하고 있어요. 나쁘게 말하면 독박 육아인데, 한 사람이 너무 힘들어 보일 때는 다른 사람이 자유 시간을 줍니다. 다시 회복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거죠. 다만 한 시간이라도,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이라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활력을 찾게 되거든요. 


- 사업을 시작할 때, 혹은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포인트, 장애물이었던 건 뭘까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는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어딘가에 소속된 채로 지낸 시간들이라, 제 업무(디자인) 외에는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예를 들자면, 사업을 시작하고 두 번의 부가세 신고를 했는데요. 근로소득세 내던 양수현이 모르는 부가세 내야 하는 양수현의 세계가 있더군요. 하루하루가 새로운 용어들이 튀어나오고, 빠르게 익히고 대응해야 해요. 사업자를 내고 1년 정도 A부터 Z까지 혼자 하면서 경험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한 사이클을 경험하고 보니,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했어요. 못하는 것을 빨리 깨닫고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협업을 요청합니다. 그 첫 번째가 유통 관리, 그다음은 함께 이야기 나눌 팀원 찾기, 마지막은 시장조사였어요. 저와 뜻이 맞는 분들을 찾고 함께 커가는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브랜드를 런칭하고 키워가는 건, 어떤 기쁨과 보람 때문일까요?


내 호흡에 맞춰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던 안 좋던 모두 저의 몫이라는 점도 제 기질에 맞고요. 브랜드는 사람과 같아서 공을 들이고 고민한 만큼 성장하는 것 같아요. 꼭 외부의 판단이 아니어도 브랜드 스스로 단단해지다 보면 언젠가는 알아봐 주실 거라 믿습니다.

- 레디투킥은 어떤 아이로 자랄까요? 브랜드의 엄마가 그리는 이 아이의 미래 청사진 궁금합니다. 


새해가 되고 2월 한 달 동안 시장 조사를 했어요. 외부에서 리서치 연구원과 브랜드 컨설턴트를 초빙해 레디투킥의 미래를 함께 그려봤어요. 덕분에 저의 시야는 훨씬 넓어졌고 꿈도 커졌어요. 얼마 전에는 #출장인가휴가인가_레디투킥 이라는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호주를 선택했고, 데이터를 내 눈으로 보고 오니 이해가 빨리 되었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레디투킥만의 위트를 전달하고 싶어요. 


그리고 어렵지만 유연한 마음을 가지고 브랜드를 대하고 싶어요. 내 고집으로 “레디투킥"이 망가지지 않게,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육아와 비슷한 것 같아요.



- 그 이상적 모습을 위해 진행 중인 올해의 계획은요?


올해는 수영 모자에 이어 다양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수영에 필요한 수영복, 수영가방 같은 것들이요.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소 좋아했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요. 두 브랜드의 색이 합쳐져서 매력적인 제품이 탄생할 것 같아요. 5월에 공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올해는 더 많은 곳에서 레디투킥을 만나 보실 수 있도록 저희와 결이 맞는 곳을 찾아보고 있어요. 어딘가에서 레디투킥을 만난다면 반갑게 맞아주세요.

- 스티커의 공식 질문이에요. 70대엔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하나요?


저는 일기 쓰는 걸 좋아해요. 큰 행복도 좋지만 작은 행복들이 많이 쌓이길 바라요. 추억과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면 좋겠네요. 꾸준히 새로운 것을 시도할 용기를 가지고 있으면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