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엄마와 나누고 싶은 음식

언더야드 주인장 서정경




사람이 음식으로부터 받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요즘 더 애절하게 느끼게 돼요. 스티커가 세상의 모든 엄마와 나누고 싶은 음식이 있어요.


온갖 리듬과 박자가 뒤섞인, 요즘 말로 힙 플레이스인 한남동에서 평온하게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언더야드>. 이곳에서의 식사는 배 만큼이나 가슴을 채우는 위로가 있어요. 언더야드의 정갈하고 다정한 음식들은 주인장, 서정경씨(@golden_saturday)를 고스란히 닮았어요. 아, 요리뿐 아니라 언더야드의 그릇, 음악, 커피 향, 심지어 바닥의 타일 모양 하나까지 그냥 다 ‘서정경’ 스타일이에요. 어떤 사람을 사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겠구나 싶을 정도.


5살 아들을 둔 엄마 정경씨는 자식을 키우듯 언더야드를 곱게 곱게, 정성 들여 키우고 있어요. 그녀의 성실한 음식과 공간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스티커는 그녀와 함께 멋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이쯤 되면 우리가 그토록 얘기하는 서정경 스타일이란 뭔지 궁금해지시죠? 입구에 들어서면 어깨에 햇빛이 한 아름 내려앉는 것처럼 평온해지는 언더야드에서 그녀를 만났어요.

- 어떻게 언더야드를 열게 되었나요?


조용한 논현동 골목가의 한 주택 밑에 자리한 오래된 슈퍼를 보곤 ‘참 이쁘다’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임대’ 딱지가 붙은 거예요. 마침 인테리어 데코레이터로 일할 때라 사무실을 구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바로 연락해 계약할 수 있었어요. 공사 기간이 길었는데 준비 하다 보니 저 혼자만의 공간으로는 너무 호사스럽더라고요. 아주 작은 공간이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서 언더야드를 채우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작은 공간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요. 재미있는 혹은 마음 닿는 공간을 찾아다니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제가 가지고 있는 취향과 시선을 나누기엔 맛있는 음식과 음료만큼 적절한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 정경님은 미술학도고, 공간 전문가인데 음식을 만들고 메뉴를 개발한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아주 예전부터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노포 식당부터 새로 생긴 맛집 리스트를 꿰고 있는 저를 보고는 차라리 가방을 사지, 길바닥에 돈 좀 그만 뿌리라고 할 정도였어요. 맛있고 또 인상 깊은 음식과 공간에 대한 흥미가 컸던 것 같아요. 직접 만들어 나눠 먹는 것도 좋아했고요. 그러다 보니 언더야드라는 공간을 준비하면서 메뉴를 만들고 음식을 만드는 게 그리 스스로도 어색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언더야드가 많은 사랑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으로서의 철학이나 원칙 그런 게 있나요?


청결 그리고 정직이요. 마치 새마을운동 표어 같지만 늘 되새기는 말입니다.

- 자신만의 공간을 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참 많은데, 어떤 사람들이 도전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확고한 취향이 있고 그 취향을 상품으로 만들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것을 자신의 공간에서 늘 한결같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노동을 함께하는 기쁨을 찾을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가 함께 균형을 이뤄나가면 분명 좋은 오너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참고로 전 아직 멀었어요.



- 좋은 공간이란 어떤 곳일까요?


좋다는 건 너무 절대적이고 사적인 이야기 같아요. 모든 요소가 알맞게 정제된 소설한남의 공간과 식사도 너무 인상 깊고 좋지만 또 모든 요소가 터프한 명륜 손칼국수의 칼국수도 전 너무 좋거든요. 머물렀을 때 맛있었고 행복했다면 좋은 공간인 거죠. 여기에 하나 더 한다면 일상을 환기시킬 수 있는 영감과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공간.


- 언더야드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공간은 어디예요?


손님들이 자리를 채운 홀이 제일 좋아요. 언더야드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 엄마가 되면서 그전에 가졌던 취향들이 무너질 때가 많아요. 특히 아이용품 살 때는 더… 근데 정경님과 아이와의 공간은 여전히 이쁘네요. 아이의 공간을 꾸밀 때 팁 같은 게 있을까요?


하하, 저도 많이 포기하고 있어요. 그래도 전 저희 집에 어린이가 산다는 게 가끔씩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요. 아이를 위한 공간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는 편이에요. 대신 여기저기서 물려받고 선물 받은 책들과 장난감이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하니 스트레스가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수납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가 놀 땐 놀이방 같은 거실이었지만 아이가 잠들면 내가 눈을 두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려면요. 수납 바구니나 수납 가구만 톤과 소재를 통일해도 한결 낫더라고요.


- 아이랑 같이 갔었을 때 좋았던 장소들 있나요? 엄마도 행복하면서, 아이도 즐겁게 놀 수 있는 장소요.


저희 아이는 놀이터에 가면 놀이기구를 타고 노는 것보다 모래를 파고 땅에서 뭔가를 찾는 아이라 공원에 자주 가요. 특히 서울 숲에요. 그리고 천주교 신자이지만 절에 가면 참 마음이 편하고 좋아요. 아이랑 가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너무 좋고, 그 어느 곳보다 계절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절인 것 같습니다. 절밥 시간을 만나면 더 좋고요. 제가 아이랑 기회가 될 때마다 가는 절은 공주의 마곡사와 성북동의 길상사에요.



- 아이를 키울 때 지키는 철학 같은 게 있나요?


너무 철학 없이 양육하는 게 아닐까 자책 중이지만 일단 아이의 감정에는 무조건 동감하고 싶어요. 엄마가 자기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



- 육아맘으로서의 나, 개성 넘치는 워킹우먼으로서의 나.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이 있을까요?


‘집에서는 매출을 확인하지 말자’가 올해 결심이었는데 하루 만에 무너졌던 기억이 나요. 갈수록 쉽지 않은 숙제 같아요. 시간과 시간의 틈이 얼마나 값질 수 있는지를 늘 놓지 않고 싶어요. 그래서 잠깐이라도 혼자 걷게 되면 좋은 노래를 찾아 듣는다던지 관심 가던 책을 책장에 하나 더하는 것들로요.

- 아이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은 매번 혼이 빠지는 것 같아요. 당신의 아침은 어떤 모습이에요? 아침 메뉴는 뭐에요?


어렸을 때부터 아침잠이 없는 아이라서 해가 뜨면 모든 식구들이 기상합니다. 아이를 씻기고 입히는 걸 남편이 하는 동안, 저는 아이의 아침을 준비해요. 대부분 휘리릭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고기 야채볶음밥이나 간장 계란밥이 제일 인기가 좋습니다. 그리곤 모두들 챙겨 입고 아이 등원- 언더야드-남편의 일터인 벨보이 순으로 출근을 마쳐요. 저의 아침 메뉴는 원래라면 눈뜨자마자 마시는 따뜻한 차, 그게 다예요. 밤늦게 술 한잔하는 걸 좋아해서 아침은 최대한 가볍게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쉬는 날의 아침엔 오트밀이나 그래놀라 요거트를 주로 먹어요.

- 스티커와 함께 굿모닝 프로젝트를 기획중이에요. 이번 굿모닝 세트엔 어떤 마음을 담았나요?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는 아침은 저에겐 여유를 상징하는 장면 같아요. 시간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놓쳤던 것들을 잠시 상기하게 되기도 하고요. 커피도 내리고 듣고 싶었던 노래도 찾아 들으면서 별것 아닌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에 저희가 이번에 기획한 굿모닝 세트가 그 여유를 조금 더 풍요롭게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코로나로 너무 힘든 한 해였어요. 언더야드의 사장님은 어떤 전략으로 헤쳐나가고 있나요?


아무래도 지금은 방역이 최우선이니까 안전하면서도 ‘존버’할 수 있는 기획을 소소하게 해보는 중이에요. 그중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건 도시락 픽업 이벤트인데 평소 메뉴와는 다르지만 언더야드만의 맛이 묻어나는 메뉴를 기획해보았죠. 또 작지만 알찬 델리샵을 이번 년도 안에 오픈 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식재료와 와인들 중에 언더야드만의 취향으로 셀렉한 델리샵은 저의 로망과도 같은 일이에요. 언더야드 굿즈도 선보일 예정이고요.



- 앞으로의 꿈은 뭐예요?


아이에게 안으로 밖으로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