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커가는

까깜제이 대표 송유진





엄마의 일을 응원하는 스티커와 펜두카가 햇살 좋은 5월 엄마 창업가의 팝업 스토어를 열어 드리기로 했어요. 이 ‘workHER’ 프로젝트를 하며 다시한번 깨달은 사실, Mom is just wow! 엄마라는 복권을 과감히 긁어, 일의 방향을 튼 여러 엄마들을 만나며 엄마가 됐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뜨겁게 감사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희의 이 작고 소중한 가게의 주인공으로 까깜제이(@ccaccam.j_official)의 송유진 대표를 모시게 됐어요. 엄마여서 무조건 포기만 해야 되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엄마로 살며 가장 큰 재능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그 맘. 까깜제이의 시작에는 유진님의 소중한 딸 제이가 있었어요. 

- 어떻게 까깜제이를 시작하게 되셨어요?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VMD로 일했어요. 롯데백화점 디자인팀에 있었고 그런 후엔 이니스프리 디자인팀에서 근무했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살자’라는 주의라서 정말 자유롭게 살았던 것 같아요. 회사 다니면서 라면에 맥주 파는 가게도 차려 보고 비치 크루저라는 자전거에도 빠져 보고. 또 서른 넘어서는 디제잉을 배우고 파티팀을 꾸려서 퇴근 후엔 클럽에서 DJ를 하기도 했었어요. 하고 싶은 일에 큰 제한이 없이 살다가 늦은 나이에 딸 제이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들이 겹치고 겹쳐 제이는 1.6키로의 아주 작은 이른둥이로 태어났고 저 역시 제이를 낳고 수술이 잘못되어 병원 생활을 아주 오래 해야했습니다.


모든 일들을 다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오로지 제이와 저 자신만을 돌봤어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다음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경력은 끊기고, 나이는 많고, 작은 곳이라도 취직을 하고자 하니 그런 곳은 오히려 제 경력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죠.


제이를 낳아 기르며 유아용품을 만들고 싶다라고 막연히 생각만해봤지 도전해볼 용기는 사실 없었어요.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초기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죠. 그냥 틈틈이 스케치만 해놓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원을 받아 KOREA GOOD DESIGN에 출품하게 됐는데 거기서 GOOD DESIGN으로 선정됐습니다. 그렇게 까깜제이가 시작된 것 같아요. 초기 비용이 없어서 펀딩으로 가장 먼저 시작했고 반응이 좋아서 까깜제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수 있었습니다.

- 엄마가 되고 직업이 바뀐 거네요. 전과 후의 차이가 있나요?


엄마가 되기 전엔 모든 선택이 자유로웠어요. 시작에 망설임이 없었고, 간혹 만나게 되는 실패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실패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요. 제이를 만나고 나서는 쉬운 선택이 하나도 없었어요. 모든 선택을 하기 전에 제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했고, 제이의 픽업시간을 조정해야했고, 또 제이에게 엄마가 마중 나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야했어요.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선택을 하더라도 후에 아이가 아프거나 봐주기로 한 지인에게 사정이 생기는 등 여러 예기치 못한 문제들에 늘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야 했어요. 모든 시작과 선택이 어려웠고, 또 제이와 함께 맞이 해야 하는 실패는 더더욱 두려웠기에 망설이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살면서 참 많은 일을 경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엄마라는 직업이 가장 어려운것 같아요.

- 까깜제이가 다른 유아용품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아용품의 주 타겟은 유아이지만 직접적으로는 보호자도 주요 사용자이죠. 두 타겟층의 연령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기존의 유아용품들은 모두의 취향을 맞추기가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까깜제이는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아이도 좋아해야하지만 보호자도 만족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점은 유아용품은 사용기간이 너무나 짧고 또 그에 비해 사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었어요.


좋은 제품을 사서 오래도록, 마르고 닳도록 쓰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까깜제이 식판이에요. 아이를 위한 식판이나 플레이트를 여러 번 살 필요없이 제품 하나로 원하는 대로 조합이 가능하게 만들었어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5구 식판부터 간식을 위한 플레이트 등 모두 이 제품 하나로 사용 가능합니다. 또한 가장 안전한 소재인 실리콘을 사용하여 안전성 역시 놓치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아이이지만 이 제품은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도, 혹은 성인들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실제로 구매하시는 고객분들도 아이를 위해 샀지만 온가족 모두 사용하고 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소재가 안전하여 캠핑을 위해 샀다는 분들도, 또 성인용 식판으로 구매하셨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사실 실리콘은 밝은 색상의 제품을 만들기에는 아주 까다로운 소재입니다. 전 컬러에 엄청나게 집착을 했던것 같아요. 밝고 긍정적인 컬러지만 촌스럽지 않게. 즐겁고 행복한 컬러를 보여주고싶었어요. 그래서 공장도 여러 번 바꿔야 했고 제작 방법도 정말 많이 고민했던 제품입니다.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드는 제품이었어요. 밝은 컬러라 워낙에 불량률이 높아서 제품 출시 후에 공장에서 못하겠다고 하셔서 제품 생산이 끊기기도 했었죠. 그렇게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지키고 싶은 컬러였어요. 덕분에 많은 분들이 까깜제이만의 독보적인 컬러감을 많이 좋아해주고 계십니다. 아! 오븐도 전자렌지도 에어프라이기도 사용 가능해서(직화사용은 안돼요) 활용도는 정말 끝이 없답니다.


- 까깜제이 식판을 사용하는 대표님만의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제이랑 캠핑을 자주 다니는데 캠핑 때 딱 식판 두 세트만 챙겨서 가요. 두 세트로 식탁 가득 풍성하게 차릴 수 있고 깨지지 않아 가지고 다니는 데 부담이 없거든요. 제이랑 자전거 타고 피크닉을 다닐 때도 늘 가지고 까깜제이 식판을 피크닉 가방에 넣어서 다녀요. 특히 반찬용 그릇은 쏙 빼서 소스류 담기도 좋고, 얼음 트레이로 사용하기도 좋아요. 그날 그날 제이의 기분과 취향에 따라 식판 컬러를 직접 고르고 조합하게 해줍니다. 음식 만들때 재료 담아 두는 트레이로도 사용하고, 특별한 팁이라기보다 정말 그냥 하루종일 주구장창 마르고 닳도록! 사용하고 있어요.

- 앞으로 까깜제이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까깜제이의 제품들을 제이가 커가면서 제이에게 필요한 것들로 채우고 싶어요. 제가 아이를 키우며 불편하게 느꼈던 점들을 조금씩 개선해가며 진정성이 담긴 제품들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까깜제이의 시작과 끝이 제이이길 바라고 있어요. 한 아이의 성장이 담긴 브랜드로 아이의 라이프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되는 브랜드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까깜제이가 아주 착하고 따뜻한 브랜드이길 바랍니다. 또 누군가의 소비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으로 돌아가는 브랜드 이길 바라고 있어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받았던 수많은 도움들을 그때의 저와 같았던 사람들에게 돌려 드리고 싶어요. 특히 한부모들의 지원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그게 어떤 구조가 될지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늘 꿈꾸고 계획하는 일입니다.

- 스티커의 공식 질문이에요. 70대엔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하나요?


멋진 사람이요. 제 꿈은 늘 멋진 사람이 되는 일이에요. 예쁘고 잘생긴 사람 말고 멋진 사람이요. 멋은 그 사람의 살아온 시간과 쌓여진 마음이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날카롭고 삐뚤어진 사람은 아무리 예뻐도 멋지지 않죠. 편안하고 따뜻한 멋을 지닌 사람이 되고싶어요. 그리고 그때의 저는 커피 한잔하며 여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