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을 맞춰가는 엄마의 인생

킴스쿠킹 김서영





살면 살수록 음식이 지닌 힘이 얼마나 큰지를 깨달아요. 음식을 먹는 동안 얻는 육체적 에너지를 포함해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또, 만든 음식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나누며 얻는 정신적 에너지도 엄청나죠.


소문난 쿠킹 클래스 킴스 쿠킹(@keemscooking)을 운영 중인 김서영 대표를 만났어요. 6살 아이를 둔 엄마이자 사업가인 그녀에게 요리는 언제나 제일 큰 에너지의 원천이었죠. 그래서인지 그녀가 만든 음식은 누군가에게 화이팅을 외치는 것 같아요. 요리와 함께 간이 점점 알맞게 들어가는 엄마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봐요.

-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다이닝 플러스에서 메뉴 개발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김서영입니다. 킴스쿠킹이라는 쿠킹 클래스로 더 많은 분들이 알아 봐주시죠.



- 킴스쿠킹은 이미 입소문이 많이 난 클래스잖아요. 어떻게 이런 요리 클래스를 시작하게 되셨어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메뉴 개발이 제 주 업무였어요. 그러다 임신을 하게 됐고 잠시 일을 쉬었어요. 근데 그때 몸이 그렇게 근질거리더라고요. 산후 조리 중에 계속 조리는 안하고 산후 도우미 이모님에게 자꾸 음식을 해드리고(이모님이 부담스러워 하실 정도였죠 ㅎㅎ), 외부에 잘 나가지를 못하니깐 친구들을 초대해서 제가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그랬어요. 정말, 제가 먹는 거에 진심이거든요. 내게 주어진 끼니는 최선을 다해 먹자라는 마음이죠.


그런 제 모습을 본 친구들이 이럴 바에 집에서 쿠킹 클래스를 열어 보라고 권하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육아 때문에 외출도 잘 못하고 갑갑했던 차라 ‘한번 해볼까?’라는 심정을 쿠킹 클래스를 열었어요. 그게 2016년 일이에요. 저희 한남동 집에서 연 첫 쿠킹 클래스였고, 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홍보했는데 정말 다른 분들이 신청하고 찾아오시는 게 신기했어요. 처음에는 6명 정도로 시작했어요. 별 다른 홍보도 못했는데 저희 집까지 찾아 오시니 잘 해야겠다는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겼죠.

- 집에서 하는 쿠킹 클래스 너무 매력적인데요. 그땐 주로 어떤 요리를 가르치셨어요?


쿠킹 클래스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자녀가 있는 엄마들이었어요. 그래서 제 입장과 비슷한 것 같아서 최대한 간단하되 최고의 효과를 내는 메뉴를 개발했어요. 엄마들은 일상이 멀티잖아요. 거하게 차려내는 음식보다는 시간 대비 효과가 높은 음식이 필요하니깐, 그럼 솥밥처럼 별다른 반찬 없이도 특색있게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좋겠다 싶었죠. 물론 그 이후 인원이 많아져서 한남동에 따로 쿠킹 스튜디오를 오픈했어요. 



- 요리는 원래 전공을 하신 거예요?

아니요. 전 원래 미술을 전공했고, 대학원 때는 경영학을 배웠어요. 음식은 워낙 좋아하는 분야다 보니 취미로 계속 했었죠. 아버지가 워낙 미식가였어요. 사실 제가 학교 졸업 후 강남에 유명한 토플학원에서 7년간 영어 강의를 했었어요. 웃기죠? 인생이 묘한 게 유학을 갔다 돌아와서 잠깐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영어 강의였는데 그 잠깐이 8년까지 이어지더라고요. 수입도 좋았고, 나름 인정도 받으니깐 이 일이 안 맞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끊어 내질 못했어요. 


그러다 수입이 가장 좋았던 시기에, 딱 결심을 하고 일을 관뒀어요. 주변에서는 난리도 아니었죠. 그렇지만 전 그때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았어요. 이렇게 살다간 죽겠다 싶었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늦기 전에 해야 겠다는 생각에 작은 레스토랑도 열고, 다른 요식업을 하는 분들 메뉴 개발도 도와드리면서 요리라는 걸 업으로 삼게 됐어요. 좀 더 메뉴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서 뒤늦게 영국 르꼬르동 블루에서 1년 정도 공부도 더 했고요.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일로도 할 수도 있고, 생활로도 즐길 수 있죠. 그때 그 결심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새삼 느끼죠.

- 서영님의 책 제목이 맘에 들더군요. <반찬 없이도 테이블이 완벽해지는 솥밥>! 아, 클래스 이름도 <마트 재료로 레스토랑처럼>이었죠.


저의 레시피에는 바쁜 엄마들에게 특화된 메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엄마들의 요리가 무조건 간편하기만 하면 되는 게 또 아니잖아요. 가족들이 먹을 음식이니 영양가도 높아야 하고. 2019년에는 솥밥이 이제 막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었요. 솥에 밥을 한다는 것 만으로도 어렵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한 두번 해보다 보면 솥밥처럼 간편한 메뉴가 없거든요. 클래스 들으시는 분들이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사진으로 봤을 땐 어려워 보이더니 되게 쉽네요”에요. 


- 지금 딱 먹으면 좋은 솥밥이나 서영님이 강추하시는 엄마표 메뉴가 있다면요?


인스타그램에 #keemscooking레시피공유 라는 해시태그 검색하시면 제 수업을 듣지 않고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메뉴들이 몇 가지 나오는데요, 요즘 같을 때는 기력 보충이 필요하니깐 ‘곤드레 전복 솥밥’이나 ‘초간단 닭곰탕’ 메뉴를 추천해요. 아, 그리고 요리할 때 불편한 것 중 하나가 아이용이랑 어른용을 따로 구분해서 만들어야 될 때잖아요. 그럴 땐 이 방법을 추천 드려요. 일단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메뉴 중 하나가 파스타에요. 요즘에 바지락이 좋으니 바지락 파스타를 만들어서 어른용에는 냉이 같은 봄나물을 잔뜩 얹어서 먹으면 이게 또 별미에요.



- 아, 저 인스타그램에서 토마토 카레에 그릭 요거트 얹어 먹는 서영님의 레시피 보고 도전해봤는데 너무 맛있던데요.


맞아요. 의외의 조합인 데도 잘 어울리죠. 아, 그럼 이번엔 이것도 도전해보세요. 제가 캠핑 다니다가 발견한 신 조합인데, 구운 고구마에 사워 크림이랑 연어알를 올려서 먹어 보세요. 더 말은 안 할게요. 먹어 보시면 아실 거예요! 

- 메뉴 개발은 어떻게 하세요?


여행을 많이 다녀요. 요리가 주제가 되는 여행이죠. 최근에는 강원도로 아이랑 ‘국수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 전에 국수 맛집을 엄청나게 검색한 다음 그 가게들 위주로 동선과 일정을 짜죠. 코로나 전에 해외 여행을 할 때도 비슷했어요. 어디 가서 무얼 보고 싶다가 아니라, 저기 가서 저걸 먹어야 겠다가 여행의 주제였죠. 그래서 아이가 어리지만 딱히 아이용 음식을 한국에서 따로 챙겨가진 않았어요. 아이에게 낯선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자기가 먼저 음식 여행을 제안할 정도도 아이도 먹는 걸 즐겨요. 



- 음식은 먹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때때로 만드는 과정만으로도 즐거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저도 마음이 시끄러울 때 더 요리를 하는 경향이 있어요. 뭐랄까, 불멍, 물멍처럼 요리멍이라고나 할까요. 그냥 그 요리가 완성될 모습만 생각하면서 순서에 맞춰 요리를 하다 보면 그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좀 풀리더라고요. 

- 킴스쿠킹 표 밀키트도 인기가 참 많아요. 다른 밀키트와 차별점이 있을까요?


전 그냥 밀키트가 ‘간편’하기만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사용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간편해야 하지만 만드는 사람은 훨씬 더 정성이 부어야 하죠. 킴스쿠킹 밀키트는 손님이 왔을 때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이었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선 우선 재료가 정말 정말 좋아야 하고 조미료도 쓰지 않아야 되죠. 지금 나오는 밀키트 중에서 가장 인기기 많은 갈비 라구만 해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레시피가 아니에요. 물론 레시피를 조정하면 더 많은 분들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그럼 맛도 그렇고 킴스쿠킹다운 밀키트가 안될 것 같아요. 이렇게 정성스레 만들어서 나중에는 해외에도 진출하는 한식 밀키트가 되고 싶어요. 

- 육아라는 게 사실 또 하나의 풀타임 잡이 하나 더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엄마들에게 번아웃이 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같아요. 서영님은 번아웃에서 빠져 나오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저도 사실 번아웃을 자주 겪어요. 불면증도 있고, 일과 육아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힘든 적도 많죠. 그럴 때면 전 서점에 가서 제 일과 상관 없는 주제의 시집이나 소설, 에세이 등 맘에 끌리는 책 5권을 골라요. 일정을 모두 정리하고 방에 혼자 들어가서 골라온 책들만 파요. 그러다 보면 책 속에서 길이 보이기도 하고, 감정도 정리가 되더라고요. 전 일하는 친구들에게도 이 방법을 자주 권해요.



- 앞으로 나이가 들어서 70세가 되면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으세요?

그때도 여전히 다른 곳,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젊은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는 그런 할머니로 늙고 싶어요. 사실 삶에서 많은 걸 정해 놓으면 더 힘들어 지는 것 같아요. 양희은 선생님 말씀처럼, 인생에서는 ‘그러라 그래’라는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