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서 소홀했던 우리의 것을 찾아

마켓레이지헤븐 대표 안리안





마켓레이지헤븐(@market_lazyheaven)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매번 남들보다 반보는 앞서 걸어가는 곳이었어요. 빵순이의 시대에 떡순이로서 들개떡이라는 걸쭉한 히트 아이템을 ‘발견’해냈고, 사람들이 아침에 대해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을 때도 ‘불란서 조식 백반’이라는 팝업으로 색다른 경험을 전했죠. 고창에서 열었던, 진정 천국 같았던 원테이블 이벤트와 비닐하우스를 꾸며서 만든 팜카페는 또 얼마나 멋졌는지 몰라요. 사람들에게 익숙한 듯 낯선 마켓레이지헤븐만의 경험을 만들어 주고 있죠.


아, 도대체 이 아이디어들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걸까요? 웬만한 건 이미 다 나와있다는 요즘 세상에서 발명이 아닌 발견을 하고있다는 마켓레이지헤븐의 안리안 대표를 만났어요. 직접 구워준 그 유명한 들개떡을 먹으며 맛있는 얘기를 나눴죠. 이 인터뷰는 메타(Meta)와 함께 #SheMeansBusiness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영상 버전은 아래 버튼을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어요. 스티커와 메타는 세상 모든 여성들의 비즈니스를 응원합니다!


- 마켓레이지헤븐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마켓레이지헤븐은 계절의 가치를 담아 다양하고 건강한 식문화를 제안하는 농식품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 낯선 농식품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예전부터 유독 '아름다움'을 동경해왔어요. 그래서 20대부터 패션 관련된 일을 쭉 했었는데 30대 중반에 접어들던 2015년 즈음 흔히 얘기하는 번아웃이 왔어요. 그때 몇 달을 두문불출하며 인생 전반을 돌아보게 됐죠. 가장 깊이 했던 고민 중 하나가 과연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였어요. 고민을 거듭하던 그때 마침 2008년도 즈음에 써놨던 기획서가 눈에 들어왔어요. 기획서 내용은 패션을 하던 사람이 가장 반대 쪽에 있는 일을 한다면 어떤 시너지가 나올까였고 그때 찾은 답이 농업이었어요. 이거다 싶어서 일단 무작정 지방을 돌아다니며 농부님들을 만났어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분야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았죠. 그리고 왠지 이 일은 한계가 없을 것 같고 저는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라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용감하게 이 일에 뛰어들게 됐어요. 

- 시그니처 아이템인 들깨떡의 개발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흔히들 우리가 무언가 창조하거나 개발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우리는 '발명이 아닌 발견'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웬만큼 좋은 것들은 이미 세상에 다 나와있으니 우리는 그저 사람들과 시대의 흐름을 읽고, 관찰해서 지금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한 후 발명이 아닌 발견을 통해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소개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역시 들깨떡도 발견한 아이템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2015년 즈음 SNS에서는 한창 빵순이, 빵지 순례라는 말들이 퍼져가고 있었어요. 저는 굉장한 떡순이였고 우리나라 전통 군것질 거리를 좋아하는데, 떡은 그만큼 이슈가 안되는 거에요. 과연 떡순이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죠. 여기에 보태어 왜 우리는 왜 외국 식문화에 저렇게 열광적인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겼죠. 어쩌면 누군가 아직 제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제가 직접 건강하게 트렌디하게 즐길 수 있는 떡을 소개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바탕으로 디깅을 시작했는데 의외로 땅콩이나 검은깨, 현미, 보리, 귀리 등으로도 가래떡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생각해보니 검은깨 보다 들깨가 더 건강식에 적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맛도 좋을 것 같았고요. 그러다 운명처럼 들깨, 현미 등으로 가래떡을 만들 수 있는 업체를 만나게 되어서 들개떡을 만들어봤는데 제 입맛에 너무 맞았죠. 그날 밤 가볍게 제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개떡 사진을 올렸더니, 수많은 ‘샤이’ 떡순이들이 댓글을 달아줬어요. 용기를 갖고 그때부터 매달려서 이상적인 들개 가래떡 레시피를 완성했어요. 그때부터 저희가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지키는 기조는 건강한 떡을 만들기 위해 꼭 도정한 지 일주일 이내에 고창 쌀만을 사용하고, 들깨 역시 고창산으로만 고집해요.

- 마켓레이지헤븐만의 특별한 마케팅 비법이 있나요?


제가 소비자였을 때 물건을 구입하면서 원했던 걸 역으로 되짚어 봤어요. 전 이 물건이 어디서 생산되었고, 재료는 어디서 났는지가 매번 매우 궁금했었어요. 그래서 마켓레이지헤븐은 많은 분들에게 믿음의 창구로서의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더 먼저 움직여서 찾아보고, 저희가 더 깊게 탐구해서 옳은 정보, 옳은 제품을 전해야겠다고.


그래서 상품도 저희가 직접 검품하고, 안내장에서 저희가 확인했다는 표시로 사인도 하고, 직접 발송까지 하죠. 농부님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 발송까지, A to Z를 끝까지 다 책임지려고 해요. 그렇게 해서 소비자 분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 그게 저희만의 마케팅 방식이라면 방식입니다. 

- 농장과 아이템을 선정하는 마켓레이지헤븐만의 기준이 있나요?


저희는 농부님의 눈빛을 많이 봐요. 그리고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는 지도 꼭 확인하죠. 예컨대 제가 가볍게 툭툭 던지는 물음에도 매번 한결 같은 철학으로 답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끝까지 약속도 잘 지키시는 것 같아요. 왜 아티스트들이 자기 작업 얘기를 할 때 확 눈빛이 변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농부님들도 똑같이 자신의 철학이나 기조가 있으면 그 얘기를 할 때 눈빛부터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런 분들이랑 일하면 그 자체로도 힐링이죠. 고객님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지고요. 

- 그동안 해온 프로젝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농촌 어디 가나 비닐하우스가 많잖아요. 비닐하우스가 사실은 코지하고 아이코닉한 공간인데 이게 왜 이렇게 흉물스럽게 다 나와 있을까? 사람들에게 인식을 조금 바꿔주고 싶다. 근데 그게 단순히 소비자에게 인식 변화가 아니라 농부님들에게도 이거 충분히 잘 활용하실 수 있어요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팜 카페를 만들어봤어요.


비닐하우스 안에 농장에서 흔히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를 쌓고 지푸라기 짚단을 옮겨서 거기에 예쁘게 세팅을 해서 게릴라성으로 한겨울에 군고구마 드시러 오세요. 제가 뱅쇼도 끓여 놓을게요 그러면서 팜 카페를 열었는데 그때도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그 행사를 오랫동안 회자해주시더라고요. 왜냐하면 이런 행사가 외국에 나가면 경험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같은건데. 이렇게 시골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니까 참 따뜻하기도 하고 좋아요.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었고요. 

- 마켓레이지헤븐이 앞으로 꿈꾸는 새로운 가능성은?


온라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마켓레이지헤븐만의 오프라인 공간을 준비 중이에요. 요즘은 공간을 경험하려고 해외에 가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먹는 것 자체가 여행의 주제가 되는 경우도 많죠. 해외에서도 많은 분들이 한국의 전통 먹거리 하면 저희 오프라인 공간을 떠올릴 수 있게 글로벌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그리고 시작하는 단계에서 사람들은 조언이나 성공 사례를 많이 들으려고하는 데, 그게 오히려 사람을 움츠리게 하는 것 같아요. 이왕 조언을 들으려면 좋은 것만 걸러서 들으세요. 전문성이라는 건 처음부터 생기는 게 아니고 그 분야를 전공했다고 생기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결핍에서 오는 학구열이 창업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그러니까 일단은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당장 시작하세요. 인스타그램 계정을 먼저 만드세요. 그렇게 시작하시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