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을 찾아서
한아조 대표 조한아
2014년, 회사를 관둔 조한아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뭘까를 고민했어요. 사업을 시작하게 될 거라는 건 생각지도 못하고, 그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졌죠. 그 결과 자신이 좋아하는 색과 모양으로 비누를 만들었고, 일상 속 '쉼'을 찾던 사람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으며 '한아조'란 브랜드는 성장해갔어요.
어쩌면 창업을 준비하며 제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건 '남이 좋아하는 건 뭘까?'가 아니라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게 뭔지', 나를 연구하는 시간이 아닐까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사업가인 조한아 대표와 나눈 이야기 속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결론은 일과 생활, 엄마와 사업가로서의 밸런스를 잡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건 '나의 행복'이라는 사실이에요.
이 인터뷰는 메타(Meta)와 함께 #SheMeansBusiness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영상 버전은 아래 버튼을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어요. 스티커와 메타는 세상 모든 여성들의 비즈니스를 응원합니다!
- 한아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브랜드를 만들려 하시는 분들은 이런저런 준비할 것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한아조는 우발적으로 시작한 브랜드에요. 제가 한아조를 시작할 즈음은 회사를 쉬는 기간이었고, 제가 살아온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이었거든요. 그때 내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들 하고 싶은지 생각하다 우연히 비누를 만들어보게 됐어요.
- 왜 수많은 제품 중에 비누였나요?
쉬다 보니 '나를 돌아보고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너무 중요하구나', '이게 정말 좋은 시간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됐죠. 그리고 이 경험을 다른 사람들한테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어떤 시간에 이런 기분을 많이 느끼지?', '내 휴식 시간이 짧든 길든 어떤 때가 제일 좋지?' 라고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제가 제일 평온하다고 느끼는 시간은 욕실에서의 매일, 그 짧은 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그 시간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제일 먼저 보이는 게 비누더라고요. 뭐 ‘거창한 사업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아니었고, 제가 꿈꾸는 모양이나 색깔을 구현할 수 있는 게 비누였어요.
- 시작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당시엔 수제 비누의 존재를 많은 분들이 모르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 비누가 피부에 좋고, 환경에도 좋고, 여러모로 정말 좋은 제품인 것부터 알려야만 했어요. 초기엔 비누를 많이 팔아야겠다는 방향은 전혀 아니었고, 오히려 반대로 비누를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만들자는 방향을 잡았어요. ‘어떻게 하면 눈에 띌 수 있을까?’ 그 문제에 집중했던 거죠. 다행히 관심 받는 것에는 꽤 성공을 했어요. 다만 구매까지 이어지는 건 진짜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제 비누 시장이 굉장히 커졌고 좋은 브랜드들이 계속 나오면서 ‘비누가 환경을 보호하고 피부에도 좋은 세정제’라는 인식이 잡히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저희에게도 좋은 시너지가 된 것 같아요.
- 어떻게 남편과 같이 함께 일하게 되었나요?
한아조를 시작할 무렵 결혼을 했고, 곧 아이가 생기면서 남편의 도움이 필요해 같이 하게 되었어요. 남편도 새로운 일을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팀원들이 저희를 자웅동체라고 해요. 모든 일을 함께 결정하거든요. 아이디어면 아이디어, 디자인이면 디자인, 경영이면 경영, 같이 꼭 한 몸처럼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 7년 간 지켜온 한아조만의 철학이 있다면?
한아조의 모토가 ‘PAUSE YOUR LIFE' 인데 PAUSE의 각 알파벳에 의미를 하나씩 담았어요. P는 PEACEFUL. 한아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들, 팀원들, 우리 가족들 그리고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분들도 모두 다 좀 PEACEFUL 했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바람. A는 ARTISTIC. 저희 부부 둘 다 미적인, 예술적인 것에 대한 동경이 커요. 그래서 어떤 제품을 만들더라도 예술성이 많이 가미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U는 UNIQUE.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제품을 봤을 때 ‘어떻게 이런 생각 했지?’라는 포인트를 꼭 만들고 싶더라고요. S는 SUSTAINABLE. ‘우리가 지속 가능하려면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자,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쓰레기를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 이런 기본적인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E는 ECOLOGICAL ECONOMIC 환경적인 경제 모델.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영감이라는 게 어떤 특정한 것에서 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와 남편이 지내온 오랜 시간들, 같이 나눈 이야기들, 제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 영화… 오랫동안 축적된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서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오거든요. 저희가 보내는 하루하루, 심지어 주말에 아이랑 보내는 시간 속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 같아요.
- 가장 호응이 좋았던 프로젝트는 뭔가요?
자투리 비누를 모아서 판매하는 ‘퍼그램 프로젝트’에요. 저희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부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탁 터져 나왔거든요. 비누 생산량이 늘어나다 보니까 자투리가 남는 게 항상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이것들을 쪼개서 테라조 비누로 만들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정형적인 자투리는 계속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자투리 비누를 모아 고객님들에게 조금 더 저렴하게 판매하기로 했죠. 구매하신 분들은 값도 값인데 모양이 서로 달라서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이거 하나밖에 없는 모양이죠?’ 하시면서요. 그렇게 ‘퍼그램 프로젝트’는 소비자들과 저희에게 다 좋은 기획인 것 같아요.
- 엄마가 된 다음 한아조의 변화는?
엄마이면서 사업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진짜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일에도, 엄마로서의 역할에도 에너지가 많이 들거든요. 초반에는 ‘도대체 밸런스를 찾는 게 가능한 일인가?,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고 남편과 다툼도 많았어요. 정말 지치고 너무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많이 해결이 됐어요. ‘이걸 어떻게 해결했지?’ 하고 돌아보니까 그냥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되더라고요. ‘천천히 해나가면 돼’ 이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모든 게 다 해결되고 아이한테도 잘하게 돼더라고요. 저의 마음도 좋으니 일도 더 잘 되고요. 계속 좋은 순환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
- 당신에게 실패란 어떤 의미인가요?
'실패는 그냥 우리의 친구다' 거의 이런 지경에 이르렀어요. 완성도를 위해서는 언제나 시행착오가 존재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그 덕분에 원인을 찾는 과정이 생겼다고 여기게 돼요. 사실 완성될 때까지의 과정에 실패가 없을 수는 없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실패라는 건 항상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 스스로 생각하는 한아조만의 강점이 있다면?
한아조를 만든 저랑 남편이 작업자라는 것. 보통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경영에 강점이 있을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마케팅에 강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스스로 제품을 손으로 만들었고 지금도 계속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제품에서 저희가 들인 정성이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건 저희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여성 사업가로서 힘든 점도 있고 좋은 점이 있다면?
사실 '여성이라서 좋고 나쁘고 할 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 말고 엄마라면 조금 다를 수 있는데. 엄마들은 육아 외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너무 한정적이어서 사업을 아예 생각 못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 또한 엄마인데도 이렇게 사업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엄마라면 조금 더 기간을 잡고 천천히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육아도 일도 같이하는 엄마라면 오히려 비즈니스의 깊이, 대표로서의 그릇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한아조의 내일이 궁금해요!
저희는 ‘PAUSE YOUR LIFE’라는 슬로건처럼 너무 앞으로만 달려가는 걸 좀 멈추고 숨을 고르는 시간들을 함께 하고 싶거든요. 대표 제품이 비누이긴 하지만 앞으론 쉼표의 시간과 공간에 한아조의 다양한 제품들이 좋은 도우미가 되었음 좋겠어요. '한아조의 제품과 함께 쉬니 너무 좋은데?' 이런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제품을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