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 형으로 차린 뉴 제례 디자인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상차림 제안. 세 가지 측면에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첫째, 돌아가신 ‘그분’의 취향에 맞춰졌다는 사실.
거룩한 병풍도, 근엄한 옻칠 제사상도 없어요. 평소 좋아하던 그릇, 그분이 평소 사용하던 가구를 그대로 활용한 ‘그분’ 스타일 상차림. 그래서 가족 간의 추억 기리기라는 본질에 충실했어요. 다정하고 온화했죠.
둘째, 심플한 메뉴 구성이라는 점.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제수 음식을 통 크게 분류한 ‘큰손 세팅법’이었어요’. 제수 음식이 밥과 국을 제외하고 육류, 어패류, 나물류, 과일류, 떡류라는 데 착안해 다섯 개의 큰 그릇으로 제사상을 완성한 것이었죠. 늘 불평했지만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던 ‘답답한 형식’에 산소통을 매단 느낌이랄까요.
셋째, 뷔페 형식으로 차려 가족끼리 셀프로 나눠 먹을 수 있게 했다는 것.
제례를 지내고 나면 상을 물리고 백만 개의 그릇을 꺼내 상차림을 새로 하잖아요. 그리곤 이어지는 설거지 지옥. 그런데 이런 뷔페식 상차림은 일인용 덜음 그릇만 얹으면 되겠더라고요. 유레카.
중요한 건 ‘우린 왜 제사를 지내는가?’에 대한 돌이킴일 거예요. ‘우리를 낳아 준 사람을 잊지 못해서’라는 선조의 뜻을 새겨 본다면! 가족이 모여 좋은 음식을 나누며 추억하는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테니까요. 맞아요. 많이 이상적이죠. 저 역시 그때 받은 영감을 고스란히 제사상에 적용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우리의 인식이 변화하는 그 순간, 새로운 스타일의 제례는 이미 시작되는 거라고 믿어요.
가족 간의 사랑은 삶을 지탱하는 씨실과 날실. 이런 선진적인 제례 디자인이 제사를 일 년에 몇 번 없는 소중한 날,아름다운 패밀리 스토리를 직조하기 위한 날로 만들어 주면 참 좋겠네요. 앞으로는 가가호호 서로 다른 추억으로 차려질 훈훈한 상차림의 세상이 되길 바라봅니다. 우리, 할 수 있잖아요.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