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18년차, 응원대장 올리부 “시간 운영에 진심입니다” 


응원대장 올리부라고 불리는 그녀. 워킹맘 18년차, 회사원 29년차, 글로벌브랜드 마케터이자 작가이고 다정한 일상기록자로 유명한 서은아님. 최근 <매일의 영감 수집>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죠. 지난 4년간 ‘매일매일’ 수집한 영감의 기록, 그녀의 성실한 그 기록을 보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삶의 이정표가 됩니다. 한마디로 멋진 선배 언니, 선배맘, 진정한 추구미. 사람들은 묻습니다. 도대체 그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해나가냐고? 힘들진 않냐고? 육아맘으로서의 미션이 그녀의 매일에 씨실과 날씰처럼 촘촘히 엮여 있으니까요. 그 와중에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온갖 브랜드를 응원합니다. 그녀는 시간을 이끌고 나가는 거인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스티커가 아는 이들 중에서는 단연 선두입니다


긴 터널을 헤치고 나오며 자리잡은 놀랍도록 리드미컬한 그녀의 시간 관리. 그건 엄마에겐 숙명 같은 거였죠. 시작은 주어진 24시간 그 하루를 찬찬히 돌아보는 것부터였다고 해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하지만 그 하루를 충분히 알차게 늘려 사는 건 노력 여하에 따라 큰 차이가 나니까요. 


이제부터 그녀의 시간관리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서은아 @memyselfolive

디지털 광고 대행사, 야후,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현재 글로벌 플랫폼사의 인터내셔널 마케팅 동북아시아 및 호주지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총괄을 하고 있는 29년차 마케터. 브랜드들의 탄생과 성장을 뜨겁게 응원하며, 여행과 책, 문구 등 소소한 것에서 담담한 영감을 수집한다. 저서로는 <응원하는 마음>, <매일의 영감 수집>이 있다. 자아성장 플랫폼 밑미 리추얼메이커로도 활동 중.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 그 매일매일을 그녀가 얼마나 소중하게 보내는지는 이 책을 통해 더 잘 알 수 있다. <매일의 영감 수집> 서은아 저, 위즈덤하우스


시간 관리는 루틴 설정이 기본 같아요. 그 바쁜 와중, 반드시 지키는 루틴이 있을까요? 

출장 가는 날과 특별히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날들을 제외하고는 꼭 아이의 등교를 함께 하고 하루의 첫 응원의 말을 전하는 것이 저의 아침 첫 루틴입니다. 그리고 밤에는 아이와 함께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반드시 지키는 밤의 루틴이고요. 책상에 앉은 시간에는 저를 지키는 것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합니다. 기록하는 시간, 하루를 돌아보고 미리보는 시간, 좋아하는 문구 놀이 하는 시간과 같은 것들이요. 나를 지키는 책상의 시간은 제가 삶을 지켜내는 든든한 근육을 기르게 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 많다보니, 시간이 항상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초능력은 생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먼저는 직관적으로 깨어있는 시간 늘리기를 했어요. 보통 취침시간이 새벽 2,3시가 되곤 해요. 이렇게 살려니, 질 좋은 수면과 강한 체력이 필수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루를 정말 길게, 밀도 있게 사용하시네요. 

맞아요. 제 하루가 다른 사람들의 3배속쯤 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해요. 바쁜 날은 바쁜 채로 꽉 채우고, 노는 날도 노는 것으로 꽉 채워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를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게 일정 관리였고, 그래서 정말 철저하게 일정 관리를 해요. 우리 모두에게 공평한 24시간. 나의 24시간을 들여다보는 거죠. 

그렇게 철저하게 일정 관리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아이가 말을 시작하고서 항상 매일 아침 “엄마 오늘 회사 가는 날이야?”를 물었어요. 아이에게 세상은 ‘엄마 회사 가는 날’과 ‘엄마가 회사 가지 않는 날’로만 구분되는 거죠. 무너지는 날의 반복 속에서 최선은 나의 삶의 시간들을 아이에게 많이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엄마의 부재의 시간 = 엄마가 일하는 시간’ 이다라는 등식을 만들어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히 엄마가 부재한 시간은 아이가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엄마가 일하는 시간이 싫어질 것이 뻔한 일이고요. 그래서 다른 공식을 만들기로 했죠. ‘엄마가 일하는 시간 = 엄마가 빛나는 시간’ 과 같은 새로운 공식이요. 


그래서 매주 수요일은 재택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이에게 제가 일하는 시간을 보여주는 것도 그 과정의 하나였고, 아이와 시간을 명확하게 약속하는 것이 그 두번째였어요. 엄마는 월화수목금을 일하고 그중 수요일은 집에서 너와 함께 일할 거라고요.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은 늦을 수 있고 나머지 날들은 꼭 일찍 들어오겠다고요. 그리고 ‘약속한 그 규칙을 정말 무조건 지킨다’가 삶의 원칙이 됐습니다. 나의 아이에게, 그리고 저를 지지하는 가족들에게 저의 시간이 예측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시간관리를 잘 하고 싶지만 엄마들의 삶엔 돌발적 변수가 너무나 많잖아요. 그럴 때 그냥 와르르 무너져버릴 때가 있어요. 

저 역시 시간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생긴 게 ‘무너짐의 반복’ 덕이라고 생각해요. 삼십 대 중반, 아이를 낳았어요. 이후 엄청난 노력으로 하루, 일주일, 일 년의 리듬을 만들어갔어요. 마흔이 되면서, 나의 시간이 단지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강하게 인지하게 되었죠. 그래서, 더욱 최선을 다해 시간을 최선을 다해 운영해요. 


친구들이 슬럼프가 왔다고 하면 이야기 합니다. 작은 단위의 시간 일정을 짜고 그 각각을 해내는 작은 성공들을 통해 슬럼프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연습을 해보자고요. 이게 제가 넘어지지 않고 하루하루를 잘 지내는 방법이기도 해요.


작은 리듬이 모여 아름다운 선율이 되는 거네요. 

하루, 일주일, 일 년의 스케줄을 잘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일과 휴식의 완급 조절과 가족을 비롯한 친구들을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 또는 어느 공동체를 위한 시간 등, 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어요. 그러니 나만의 리듬을 알아내는 것, 그 리듬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 그리고 리듬의 조각들이 아름다운 음악이 되기까지의 모든 순간이 중요해요.


그 리듬을 체득하는 구체적인 스킬이 있을까요.

제가 했던 것 중 하나는 ‘밸런스 보기’였어요. 전 양의 밸런스가 아니라, 질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즐거움의 퀄리티가 균형을 잡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 그걸 바라보기 위해서 각 일정의 색깔을 시각화해서 다이어리를 관리하기도 하고 나의 다양한 사회적 롤에 맞춰 목표를 설정해 관리합니다. 어느 정도 균형이면 되는지를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 그래서 그 균형을 시각화하는 것이 제게는 중요해요.

이런 철저한 시간 관리는 아이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네. ‘시간은 네가 쓰는 것에 따라 그 질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항상 아이에게도, 제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제 자신에게도 많이 하고 그것을 실제 제 삶에서 보여주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리듬이 아이에게도 익숙해진 것 같아요.


아이의 task manager
아이의 task manager


⏳ 올리부의 시간 운영 규칙 


1️⃣ 시간을 돌아보고, 미리 본다. 매주 일요일, 다음주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점검한다. 바로 해당 주간 뿐 아니라, 앞으로의 2-3주 정도의 시간을 미리 본다. 발란스가 너무 무너진 날이 있거나,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간들이 있으면 바로 조정을 한다. 


2️⃣ 계획된 시간, 특히 미팅, 일과 관련된 Worklife는 철저히 일정표에 따라 움직인다. 


3️⃣ 당일에 요청되는 미팅과 만남들은 거의 수락하지 않는다 / 수락할 수가 없다. 


4️⃣ 디지털 일정 관리 앱과 아날로그 노트를 병행하여 쓴다. 디지털 일정 관리 앱은 내가 이 시간이 확보가 가능한지 여부, 미래의 시간들을 계획하는데 쓰인다면, 아날로그 노트 (To-do list, 업무 다이어리, Progress 노트 등)들은 시간들을 돌아보고, 재배치가 필요한 것들을 확인하고, 회고를 하는 용도로 쓰인다. 디지털 일정 관리는 아웃룩 또는 구글 캘린더를 주로 쓰고, 아날로그 노트는 세일러즈의 워크로그 다이어리와 소소문구 하프다이어리를 주로 쓰고, 목표를 이루어가는 시간들을 기록하는 데에는 migoals 라는 호주 브랜드의 Goal digger & Progress 노트를 사용한다. 


5️⃣ 일주일의 루틴이 확실하다. 일주일에 세 번은 아이 학원 픽업, 픽업을 가는 3일은 도서관 시간, 밤 10-12시는 매일의 영감수집 리추얼, 주말은 예외없이 아이와 함께 하는 일정을 지킨다. 회사에서의 루틴도 정해서 진행한다. 월요일 재택근무, 화요일은 팀들과의 점심, 화요일은 한국팀과의 시간 집중, 수요일은 일본팀과의 시간 집중, 목요일은 호주팀과의 시간 집중, 금요일에는 외부 미팅들에 시간 쓰기 등과 같다. 


6️⃣ 한달의 시간 운영에도 규칙이 있다. 한달에 출장은 1번, 일주일로 제한하기, 한달에 개인 외부 활동은 최대 4번까지 한다. (책 출간과 같은 특별한 예외 상황일 때에는 기간을 한정하여 예외사항을 정한다.) 


7️⃣ 큰 프로젝트가 있을 때에는 적어도 3개월 이상 준비를 시작한다. 마지막 2주는 완벽한 프로젝트 집중 시간,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이 시간을 철저하게 확보해놓는다. 


8️⃣ 큰 프로젝트 이후, 반드시 9일 이상의 휴식기를 갖으며 딸과 함께 하는 먼거리 여행으로 24시간 그녀와 붙어있기, 나를 온전히 챙기기, 몰입과 충전의 시간의 균형을 지킨다. 


9️⃣ 일 년의 규칙도 있다. 애정하는 사람들과의 리추얼 시간이 그 중 하나이다. Team Olive 사람들과 사진 찍기의 날, 아빠를 기억하는 날 -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날, 일년에 한번은 꼭 긴 식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그것이다. 


🔟 계획하고, 계획하고, 계획하며, 돌아보고, 돌아보고, 돌아본다.